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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尹, 이종섭 호주대사 면직안 재가…임명된 지 25일 만에 물러나

여론 악화속 이종섭 사의 '매듭'…총선악재 차단 해석

◇이종섭 주호주대사. 사진=연합뉴스

속보=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아온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면직안을 29일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공지에서 "오늘 오후 외교부 장관이 제청한 이종섭 주 호주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대사는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지 25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 대사를 대리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앞서 이날 기자들에게 공지를 보내 "이 대사가 오늘 외교부 장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달라고 계속 요구해왔으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며 대사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요청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이어 "저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외교부는 이날 오전 이 대사의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으며, 윤 대통령은 외교부의 보고를 받은 뒤 이를 재가했다.

이 대사와 같은 특임공관장의 경우 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한다. 따라서 사의 수리도 실질적으로는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사가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지 25일 만에 물러나면서 핵심 우방국인 호주 주재 한국 대사가 또다시 공석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이 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한 것은 4·10 총선이 2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민의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자진 사퇴 형식이지만 사전에 대통령실과도 이미 조율했다는 게 정설로 통하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아온 이 대사의 사퇴에는 거리를 뒀던 게 사실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이 대사 소환을 포함한 구체적인 조사 계획도 없이 출국금지만 연장한 데 대해 강한 불만감을 드러냈다.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수사 내용이 유출됐다며 정치적 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가 귀국 전 '소환하면 언제든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야권의 '해외 도피'라는 주장을 악의적인 정치 공세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 파상공세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총선 국면에서 여론 악화가 감지되자 여권에서조차 이 대사의 거취 결단을 요구하면서 대통령실 내부 기류도 점차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10 총선을 앞두고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각종 여론조사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돌아가자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팽배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사실관계가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국민은 무조건 옳다'는 인식에 따라 이날 전격적인 사의 표명과 함께 재가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참모진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사가 소환에 응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하고, 공수처와 야권 유착 의혹 등이 제기됐으나 국민 정서를 고려한 판단인 셈이다.

이 대사가 여전히 공수처에 불신을 제기하면서도 지난 21일 호주에서 귀국한 지 8일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 같은 여권의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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