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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시한부 짝사랑’

판소리 춘향가는 남원 퇴기 월매의 딸 성춘향과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의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 노래다. 단옷날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춘향과 이몽룡이 백년가약을 맺었다가 이몽룡 아버지의 근무지 이동으로 이별을 하게 되고, 고을에 새로 부임한 신임 사또가 춘향에게 수청 들 것을 요구하자 죽음을 불사하고 이를 거절해 옥고를 치른다. 이때 과거에 급제해 어사가 된 이몽룡이 나타나 죽음 직전의 춘향을 구하고 사랑의 승리를 거둔다는 줄거리로 음악적으로나 문학적으로 가장 빼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단옷날 광한루에서 이몽룡은 성춘향을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긴다. 과거 준비에 촌음을 아껴 가며 공부해야 하지만 온통 마음은 성춘향에게 가 있다. 춘향도 몽룡을 본 순간 정신을 잃어버린다. 오붓하게 만난 두 사람, 건넛방 월매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랑놀이에 빠져든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술을 부르고 마음을 다치게 한다. 문호 윌리엄 예이츠는 시(‘A Drinking Song’)를 통해 이렇게 일갈했다.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다가오지 ... 잔 들어 그대 얼굴 보다 한숨짓네.’ 정보기술(IT) 덕분에 지구 반대편의 연인이 바로 곁에 있는 듯한 요즘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남자친구가 군대에 간 사이 마음이 변해 버린 애인 때문에 사고를 저지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잠 못 이루며 24시간 애인의 얼굴이 마음속에 떠오르며 응어리진다. ▼4·10 총선을 향해 뛰는 국회의원 후보들은 잠자리에 누워도 유권자들 얼굴만 아른거린다. “한 표만 준다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한다. “하늘에 있는 별을 따 바치겠다”며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천 번, 만 번 약속한다. “지역의 SOC를 확충하고 노후아파트는 재건축하겠다”고 한다. 사랑이 얼마나 넘치면 이런 사업을 해내겠다고 하는 것일까. 주민을 두려워하는 체하며 재원 대책 없이 사탕발림 공약을 내건 후보들은 하루빨리 선거가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총선만 지나가면 사랑이 훌연 사라질 ‘시한부 짝사랑’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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