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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인제 가면 언제 오나’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말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500여년 전 임금이 국난을 피하기 위해 친히 인제에 내려와 있었다. 이곳에서 왕은 나라의 정세를 알아보기로 하고 한양으로 신하를 보냈으나 떠난 신하들은 한결같이 돌아오지 않고 무소식이었다. 다시 한 사람을 보내며 “인제 가면 언제 오겠느냐”고 묻고 만일 또 돌아오지 않는다면 “원통해서 못 보내겠다”고 했다. 그 뒤로 이 말은 뜻이 바뀌어 인심이 순박한 이 고을에서 다른 곳으로 식구를 떠나보낼 때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는 말로 쓰이다가 군부대가 많은 지역 특성상 전방에서 군대 생활을 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 젊은이들이 군대에 갈 때 오지인 인제와 원통으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뜻에서 회자됐다. 한반도 분단의 문제와 결부시켜 해석하는 이도 있다. ▼실제로 인제읍내와 북면 원통리는 인제군 상권의 양대 축이다. 인제·원통은 그동안 도시 노후화로 주 소비층인 군인들이 속초, 양양 등지로 빠져나가면서 지역경제가 많이 침체됐었다. 하지만 최근 도시재생사업과 경관 명품화 사업 등으로 이미지 변신에 나서 군인과 관광객이 공생하는 병영문화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인제읍은 기룡산을 진산으로 한다. 용이 엎드려 있는 모습이라 복룡산이라고 전해지다 이후에는 일어나 비상하는 용의 모습에 더 가깝다 하여 기룡산으로 바뀌었다. 최근 인제읍은 하늘내린센터, 기적의도서관, 박인환문학관, 잔디·다목적구장에 구 농업기술센터 부지에 도시생활공원까지 들어설 예정이어서 그만큼 지가도 많이 상승했다. ▼인제·원통 시리즈에 이어 최근 여행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이정표가 있으니, ‘인제·신남’이다. 인제읍과 남면 신남리를 표기한 이정표인데, 국도 44호선을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멋진 내설악의 풍광과 함께 이제서야 신이 난다는 즐거움을 담고 있어 인증샷도 유행이다. 청정 자연의 보고인 인제에 맞는 새로운 트렌드는 “이처럼 좋은 이곳에 인제 와서 원통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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