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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선거는 끝났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 정책)의 지지자와 피해자가 함께 일하는 광경은 보기 좋았다. 그들은 과거를 부정하지도, 현재의 의견 불일치를 감추지도 않았다. 그러나 공동의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 같았다. 그것은 만델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화해의 정신 덕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한 첫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이 회고록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만델라에 대해 “오랜 수감생활에도 불구, 사랑과 우정, 친절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은 사람”이라고 썼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1918년 7월18일 남아공의 한 부족장 아들로 태어나 백인 정부의 인종 차별에 맞서 싸우느라 줄곧 감옥을 들락거렸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증오 대신 화해였다. 대통령 취임식에 옛 교도관을 초대하고 자신을 투옥시킨 사람들을 내각에 등용하며 갈등과 상처 치유에 힘썼다. 그는 “계속 미워하면 나 또한 계속 갇혀 있는 것과 다름없다. 자유롭고 싶었다”고 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적대시하는 우리 정치판에 커다란 울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했다. 지역구 전체 의석수 254석 중 50석가량이 어느 당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합 지역이었다. 이 때문일까. 상대를 향한 비방이 도를 넘어서고 정책은 실종됐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카롤린 엠케가 ‘혐오사회’에서 밝힌 ‘중증 혐오증’이 만연한 모습이다. 혐오로 세(勢)를 불리는 정치문화가 반복되면서 공감능력을 고갈시키고 또 다른 적대감을 양산하는 것은 아닌가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명저 ‘트러스트’에서 사회구성원 간의 신뢰를 사회적 자본으로 규정하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목했다. 선진국과 후진국 차이는 바로 신뢰라는 문화적 덕목의 수준 차와 일치한다고 역설했다. 불신의 늪이 깊을수록 갈등을 벌이기 일쑤고 사회 통합은 어려워진다. 경제활동도 위축되는 것은 물론 내일의 희망도 바래질 뿐이다. 이제부터는 불신의 벽을 걷어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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