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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신언서판(身言書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은, 풍채와 언변, 문장력, 판단력으로 선비가 지녀야 하는 네 가지 덕목을 일컫는다. 중국 당나라 태종 때 관리를 선발하던 기준으로 풍채가 건장하고, 언사가 분명하고 바른 것, 필치가 힘이 있고 아름다운 것, 글의 이치가 뛰어난 것을 말한다. 중국 역사에서 날 때부터 사람을 잘 알아본 황제는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고, 이치를 배워 사람을 잘 알아본 황제는 당나라 태종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신언서판이란 틀 속에서 판단할 수 있는 덕목은 말과 판단력이다.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은 막을 내렸지만, 선거 과정에서 일부 정치인의 막말과 반도덕성으로 국민들이 느낀 불쾌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 정치인의 언사가 도를 넘었고, 국민들은 듣기 싫은 말을 들어야 했다. 시대정신이나 정책은 실종됐고, 지역 발전 이슈보다는 진영 간 대결 구도와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난투극을 벌인 선거로 기억된다. 막말과 반도덕성으로 혐오정치를 양산했고, 후보자에 그치지 않고 정치 평론가들의 입에서도 막말은 거침없이 나왔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오바마·클린턴은 격식 있고 유머러스한 품격이 있는 언어 구사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의 정치 지도자들의 언어 또한 국민들을 편하게 한다. 외국 정치인의 첫 번째 덕목은 고급스럽고 유머러스한 언어의 사용이다. 정치인으로 입문할 때부터 그렇게 가르치고 배우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고대 아테네 정치는 선동가들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주장한 ‘산파술’은 소피스트들의 웅변보다 오히려 침묵의 가치를 강조했다. ▼정치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미래의 꿈을 제시해야 하는 과업이다. 정치인들 스스로 언어의 과잉을 경계하고 제어하기 위한 성찰이 필요하다. 글로벌하게 세워 놓은 품격 있는 K-언어가 안방에서 형편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언사와 건강한 민생을 논하는 22대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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