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문화일반

[새영화]나를 위한 위로·틀을 꺤 눈부신 이름

이번 주 극장가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안겼던 김창욱표 소통 다큐멘터리 ‘들리나요?’와 함께 국내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을 다룬 ‘땅에 쓰는 시’가 관객들을 찾는다. 게다가 디지털 성범죄에 휘말리게 된 중년 여성의 삶을 담은 ‘정순’도 개봉된다.

■들리나요?=소통 전문가라는 말을 만들어 낸 장본인, 김창옥의 이야기가 재개봉을 확정 지었다. 우리가 몰랐던 무대 밖 그의 모습과 청각 장애인 아버지와의 화해와 치유의 여정, 그리고 진짜 김창옥을 찾아가는 그의 인생로드 힐링 무비가 펼쳐진다. 무사히 살아 숨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고맙다는 그는 매사에 작은 일에도 감사를 전한다. 흑백 포스터 속 김창옥은 모든 시름을 잊을 만큼 시원하게 박장대소하고 있다. 타인을 위해서는 아낌없는 해결책을 선사하지만 자신에게는 엄격했던 김창옥의 진짜 삶을 엿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사실 그에게는 평생 풀지 못한 숙제처럼 남아있는 존재가 있다. 바로, 그의 아버지다. 김창욱은 깊어진 갈등의 골을 해결하기 위해 아버지와 지속적인 소통을 시도하며 관계 개선에 나선다. 누구나 가슴 한 편에 아픈 기억 하나 쯤은 갖고 사는 것처럼 진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을 통해 김창옥이란 사람에 대해 알아갈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전체 관람가. 81분.

■땅에 쓰는 시=“내 앞의 아름다움 나는 그곳을 거니네. 나이가 들어도 나는 그곳을 거니네” 선유도 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경춘선 숲길 등 서울의 주요 공원과 공간을 탄생시킨 조경가 정영선의 작업과 철학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극장가를 찾았다. 영화는 정영선 조경가의 사계절을 따라간다. 그가 바라보는 눈으로 자연을 응시하고, 그가 만든 공간이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자연과의 조화로운 상생을 이끌어내는지 보여준다. 게다가 작업에 있어서 그의 철학과 자연을 향한 깊은 애정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자연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정영선 조경가의 손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 고민해 본다.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깊은 감사와 사랑까지 담고 있어 관객들에게 귀감이 된다. 일부 영화 평론가들은 이번 영화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와 시각적 아름다움, 그리고 정영선 조경가의 인간적인 면모까지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인간의 욕심으로 병 들어가는 자연을 향한 인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그의 손에서 빛을 발한 조경이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전체 관람가. 113분.

■정순=2022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제17회 로마 국제영화제는 물론 제24회 부산독립영화제에서까지 상을 놓치지 않은 영화 ‘정순’이 드디어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는 중년의 성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다. 딸 ‘유진’을 홀로 키우다 보니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된 ‘정순’은 어느 날 하루 아침에 평화로운 일상을 빼앗기게 된다. 그의 딸을 비롯한 모두가 그를 대신해 분노할 때 그녀는 여전히 곧고 다정하게 ‘정순’으로서의 내일을 살아가려 한다. 이번 영화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건 바로 ‘정순’역을 맡은 김금순 배우의 연기력이다.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한 그는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변화를 맞이하는 내면의 감정에 집중해 관객들에게 높은 몰입도를 선사한다. 특히 영화 중간마다 그가 직접 부른 ‘지나가’를 비롯한 OST도 삽입 돼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게다가 일상의 공간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비범함과 인간 내면의 깊이 있는 감정 탐구는 해외 매체에서도 높이 평가 받았다.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15세 이상 관람가. 10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