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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 ‘서운함이 지나치면’

우리는 상대방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할 때 서운한 마음을 갖는다. 이 서운함이 지나치면 괘씸한 마음으로 변한다. 이런 현상은 각종 선거에서 자주 나타난다. 기성세대에게는 좌우라는 이념이 중요했다. 특히 북한이라는 존재가 버티고 있는 한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새 세대는 그것을 답답하게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이런 이념 문제보다는 자신들의 발 앞에 놓인 문제가 더 시급하다. 상당수가 대학에 가는 고학력 시대를 살고 있지만 고용 없는 성장 속에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취업해도 집값과 자녀 보육 및 교육비 부담, 직장 불안 등 심각한 생존 문제는 그들을 괴롭힌다. ▼그렇다고 정당에 이념이 없을 수 없다. 문제는 그 이념이 관념 속의 이념이냐, 실질과 연결된 이념이냐 하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당들은 관념에 붙잡힌 눈으로 모든 실질적인 문제를 처리하려 한다. 그래서 정책 토론이 안 된다(문창극, 텅 빈 둥지, 2011). 현실은 복잡해졌다. 독재-반독재, 진보-보수의 단일 잣대로 양분하기 어렵다. 계층의 차이가 커지고, 지역의 선호가 다르고, 세대의 입맛이 변했다. 정책 판단도 복잡해졌다. 민주주의를 하되 효율성을 생각해야 하고, 경제 성장을 하되 균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2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검증인지 네거티브인지 애매한 주장들이 쏟아졌고, SNS에는 엄청난 인증샷과 투표 독려 구호들이 넘쳐났다. 정당은 스스로 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외부로부터 충격이 온다. 정당이 살아남으려면 밖을 향해서는 솜같이 부드럽고 내부로는 강철처럼 단단해야 한다. 바꿀 것은 바꾸고 지킬 것은 목숨을 걸고 지켜내는 결단력을 보여줘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선심으로 아첨할 것이 아니라 지역, 세대, 계층의 아픔을 감싸 안아야 한다. 이를 행동으로 옮길 때 정당에 대한 신뢰는 아주 천천히 회복된다. ▼이번 총선에서 분출한 변화의 열망을 희망으로 이어가느냐는 정치권의 몫이다. 여야 모두 새 출발선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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