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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호등]끝나지 않은 '심판'

원선영 서울주재 차장

지난4월11일 새벽3시. 드디어 실시간 온라인 개표 현황에 '당선'이라는 스티커가 붙었다.

원주갑에 출마한 국민의힘 박정하 국회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승리 확정 후 캠프에 모습을 드러낸 박 의원은 "기쁨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숙제를 받았다는 생각이 앞선다"며 벅찬 심경을 드러냈다. 이와함께 "시민들께 다가서기 위해 애쓰고, 정치인 박정하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시민들께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2022년 6월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 4년 임기를 온전히 채우지 못했기에 선거기간동안 스스로를 '반쪽짜리'라고 칭했지만 이번엔 다른 재선 의원들과 나란히 같은 출발선에서 섰다.

박 의원의 마지막 당선 확정으로 22대 강원지역 국회의원 8명 전원은 재선 이상의 선수를 갖게 됐다. 역대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의석은 여당에 쏠렸지만 선수는 골고루 나눠 가졌다. 국민의힘이 5선,4선을 배출했고, 더불어민주당도 3선, 재선 의원을 냈다. 선수를 모두 합치면 무려 24선이다. 이 정도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번 총선에서 강원도민들이 준 메시지는 '힘있는 강원'이다. 수십년간 변방에 머물렀던 강원도가 '정치'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실감하고, 다선 의원들을 대거 만들어 낸 것이다다.

맞는 말이다. 최근 수년간 강원도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었다. 유력정치인들이 찾아와 강원의 아들과 딸을 자청하며 표를 구했고, 2년전 지방선거 정국에서는 10여년 넘게 끌어온 강원특별자치도법이 순식간에 통과되는 걸 목격했다. 수조원이 투입되는 SOC사업도 곧잘 성사됐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국회의 '공'만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보다 우위에 있는 정치력이 없었다면 절대 이뤄내지 못했을 일이기도 하다.

22대 국회는 이런 '주문'을 받아 앞으로도 강원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해 가야 한다. '8석 밖에 안되는' 의석을 방패 삼은 핑계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주민들과의 소통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선수가 높아질수록, 중앙 정치권에서 존재감이 커질수록 주민들은 내 지역구 국회의원과 멀어졌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TV 뉴스에선 자주 보이는데 우리동네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거물급 정치인이라도 "당선되더니 달라졌다" "교만해졌다"는 말이 나오면 주민들의 표는 가차없이 다른 곳으로 향하는걸 우리는 이미 여러번 봤다. 4·10총선은 끝났지만 '심판'은 앞으로도 계속됨을 기억해야 한다.

유상범 국회의원의 사무실 테이블에는 이런 메모가 붙어있다.

'국회의원 출마했을 때 지녔던 마음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가. 고통과 두려움에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함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나의 국민에 대한 헌신과 사랑은 여전한가'

강원 8명의 의원 모두가 비슷할 것이다. 초심을 다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지금의 마음이 22대 국회 내내 이어져 주민들에게도 닿을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