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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에 지뢰 매설하고 가로등 철거…고성 주민 "실낱같던 희망도 사라지나"

◇북한이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동해선 도로의 가로등을 철거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고성 현내면의 한 대형 휴게소가 문을 닫은 채 방치돼 있다. 사진=김천열기자
◇북한이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동해선 도로의 가로등을 철거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고성 현내면 명파리에 민통선 진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도로를 막고 있다. 사진=김천열기자

북한이 지난해 말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와 북한 금강산 온정리를 연결하는 동해선에 지뢰를 매설한데 이어 최근 가로등까지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금강산 관광 재개만을 손꼽아 기다려 온 고성지역 주민들은 “남북 경색 국면이 풀리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마저 사라졌다”며 허탈해 하고 있다.

18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북한군이 동해선 육로 가로등 수십개를 철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2005년 개통된 동해선은 금강산 육로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차량이 오가며 남북의 통로 역할을 해 왔다. 동해선은 2008년 박왕자씨가 북한 초병에 의해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며 전혀 이용되지 않고 있다. 금강산 육로 관광객은 2003년 3만6,028명에서 2004년 26만8,420명, 2005년 29만8,175명, 2006년 34만5,006명, 2008년 7월까지 19만9,966명 등 중단 전까지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였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 고성군은 연간 50만명의 관광객 감소와 음식점 159개소가 문을 닫는 등 월 평균 29억원, 총 580억원 이상의 지역경제 손실이 발생했다. 급증한 실직자가 지역사회의 문제로 대두됐으며, 금강산 관광 중단 후 2년 만에 독거노인들이 1,282명에서 1,830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2018년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및 9·19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 정상화에 합의하는 등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며 고성 주민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현내면 명파리 70대 김모씨는 "북한의 태도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마저 느껴진다"며 "명파리 길을 통해 금강산 관광을 떠나던 관광객들의 설레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한숨지었다.

송흥복 고성군의원은 "지역경제도 침체된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마저 끊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걱정이 앞선다"며 "금강산 육로 관광이 복원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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