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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 소통과 공감

이청득심(以聽得心). 귀 기울여 듣는 것이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란 뜻으로 논어 위정편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다. 노(魯)나라 왕이 바닷새를 궁 안으로 들여와 좋은 술과 산해진미를 권해도 그것이 낯설기만 했던 바닷새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슬퍼하며 사흘 만에 죽었다는 얘기다. 바닷새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한 번이라도 묻고 들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결국 소통이 부재해 일어난 비극이다. ▼소통 부족은 인간의 천성 때문이라고 한다. 성악설도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이기심이나 공격 성향에 근거한 주장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외친 토머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인생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사악하다”고 했다. 자기중심적 인간 본성에 주목한 것이다. 고전경제학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동체 전체가 최선의 이익을 찾아갈 것이지만, 그 손을 움직이는 것은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이기심이라고 보았다. ▼우리 사회는 소통에 서툴다. 인간의 본성에 더해 상대방과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소통은 공감의 다른 표현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노력하는 일종의 상상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결과에 대해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했다”며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지난 16일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고, 앞으로 대통령인 저부터 소통을 더 많이 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정 현안 해결 방법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국가 현안을 풀어가려면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몇 날 며칠이 걸리든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설득하는 자리가 옳다. 청년 일자리가 됐든, 연금·의료·노동·교육 개혁이 됐든, 노동자와 정부, 학생과 학부모, 기업인, 의료인이 한자리에 모여 공개 토론을 하고 이를 통해 내줄 건 내주고 받을 건 받는 소통의 절차를 늦었지만 거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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