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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혼인건수 줄었다면서…예식장 잡기 '하늘의 별따기'

도내 주요 예식장 황금시간대 연말까지 예약 마감
혼인률 하락에 예식장 줄폐업 예비부부 선택지 줄어
SNS확산 프리미엄 예식 수요 높아져 특정업체 쏠림

올해 10월 원주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준비에 돌입했던 박모(32)씨는 내년으로 예식 날짜를 미뤘다. 원하는 조건의 예식장을 예약하는 데 실패한 탓이다. 그나마 3순위로 고려하던 업체에 예약취소 건이 발생하며 내년 2월로 날짜를 잡을 수 있었다. 박씨는 "10월 예식을 원했지만 대관 가능한 날짜에 맞추게 됐다"며 "결혼하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하는데 실상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지역에서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결혼식 준비의 첫 단계인 예식장 예약부터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예식장 예약난이 심화된 이유로는 코로나19 기간 이어진 중소 예식장들의 폐업과 고급 웨딩홀을 선호하는 결혼시장 양극화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7일 도내 주요 예식장 5곳에 결혼식 대관을 문의 한 결과, 인기 시간대인 주말 낮 시간대의 경우 대부분 연말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다.

원주시 태장동의 한 예식장은 12월까지 모든 홀의 대관 예약이 끝났으며 일부 인기홀은 내년 5월 이후에야 예약이 가능했다. 춘천시 동면의 또 다른 예식업체 역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7~8월과 12월 시간대 5개를 제외하고는 연말까지 꽉찼다.

예약 경쟁이 치열해지며 예비 부부들이 부담하는 대관료 역시 덩달아 오르는 실정이다. 상권분석 플랫폼 '핀다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예식장 1곳당 평균 매출은 2억8,800만원으로 2022년(2억5,100만원)대비 14.7% 증가했다.

원주의 한 예식장 예약 담당자는 "인기홀 황금시간대의 경우 1년 전부터 예약해야 여유 있게 원하는 날짜를 잡을 수 있다"며 "현재 기준 내년 5월 예약도 몇 개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과 국세청에 따르면 도내 혼인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5,494건으로 2017년(7,295건) 보다 25% 줄었다. 같은 기간 도내 예식장 수는 49곳에서 35곳으로 14곳이 문을 닫았다.

예비부부들의 선택지가 대폭 줄어든 가운데 SNS 활성화와 함께 프리미엄 예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특정 업체들에 대한 예약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원도여성회관 예식장, 삼척복지회관 예식장 등 민간 예식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 예식장들은 저조한 이용률로 인해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민간 예식장 수가 줄며 남아있는 업체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호텔 예식 등 고가 예식장들의 예약이 더 어려워진 현실은 결혼시장 내 양극화 현상을 드러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