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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책]고향에서 찾은 詩…‘강릉길, 어디인가’

강릉 출신 윤후명 시인 ‘강릉길, 어디인가’

◇윤후명 作 ‘강릉길, 어디인가’

강릉 출신 윤후명 작가가 최근 시집 ‘강릉길, 어디인가’를 펴냈다. 펜을 잡은 지 벌써 60여 년. 윤 작가는 시집 속 89편 작품으로 먼 추억을 회상해냈다.

이번 시집은 윤후명 작가의 고향 강릉을 배경으로 한다. 고향을 떠나 있을 때도 강릉의 푸른 바다는 늘 그의 마음 속에서 넘실댔다. 고요히 바다를 비추는 등대의 불빛과 단오제의 들뜬 열기, 굽이굽이 펼쳐진 태백산맥도 모두 그의 펜 끝에서 시가 됐다.

“나는 길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그러나 지금도 길 없는 길을 헤맨다/오로지 작대기와 동그라미로 그려진 이정표/어디일까/어머니가 만주에서 들고 온 트렁크 속일까/남대천 물길을 올라온 연어의 낡은 지느러미 뒷일까”(모르는 길 中)

대중에게 소설가로 더 익숙한 윤후명 작가. 생생하게 펼쳐지는 시어들에는 시와 소설의 장벽을 허물기 위한 그의 노력이 담겼다. 시인이 소설을 쓰는 것이 금기시되던 시대, 윤 작가는 장르를 넘나들며 필력을 드러냈다. 숨 가쁘게 소설과 시를 넘나든 세월은 수 권의 작품이 됐다.

구태를 깨며 펼쳐온 문학 인생. 파격적인 문체와 자전적 색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열일곱의 시인은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중견 작가가 됐다. 비장함을 덜고 진솔한 감성으로 써내려간 시집에는 긴 세월 흔들리되 꺾이지 않은 윤 작가의 작품 인생이 담겼다.

윤후명 작가는 작품을 통해 “어린 시절에서 지금 늙은 시절까지 내가 비워놓았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이상한 환상 이야기에서나 있는 것 같은, 어린 내가 늙은 나를 또 하나의 생명으로 만드는 일이었다”며 작품에 대한 소회를 내비쳤다. 문학나무 刊. 164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