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정치1번지’이자 역사와 문화 중심지인 서울 종로구의 행정 수장은 고성 출신 정문헌 청장이다. 지난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제36대 종로구청장이 된 정 청장은 "나의 정체성은 강원도에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2003년 이후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의 이름만 7개였을 정도로 우여곡절을 겪은 현대 정치사의 중심에 섰던 정 청장. 취임 83일째인 지난 23일 구청장실에서 만나 정치가에서 행정가로 거듭난 소회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직접 들었다.
■ 강원도 출신으로서 서울의 중심 자치구인 종로구청장이 되셨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종로구는 오랜 세월 정치1번지로 불리던 곳이고 대통령집무실이 이전했다고 해도 지금도 많은 국가의 중추기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와 같은 곳의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과연 강원도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답게 기대에 부응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이 가장 앞선다.
■ 2003년 한나라당 소속 이후 보수를 표방하는 새누리당, 바른정당 등 총 7개의 정당에서 활동해 왔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정치 현실 속에서 오늘이 있게 한 좌우명이나 소신이 있다면?=7개 정당이 사실은 제가 당적을 옮긴 게 아니라 제가 속한 정당이 이름을 바꾼 것들이다. 이는 그때마다 국민들의 호된 질책이 있었기 때문에 당에서 이에 부응하는 노력의 표시라고 생각한다. 2004년 초선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이래 배운 가장 큰 교훈은 ‘국민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분들’이라는 사실이다. 지방행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심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정치인과 행정가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의회정치인은 지역구민들 목소리를 최대한 크게 대변해주는 것이다. 이와같은 본분 때문에 국민들께서는 때로는 의원들의 행동이 과장됐다고 느끼시기도 한다. 반면 행정가는 공동체의 최대, 최적의 이익을 추구한다. 당장 어떤 의욕이 앞선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현실적이고 부수적인 효과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를 충분히 검토한 뒤에 행동이 이뤄져야 한다. 정치인에 비해 행정가가 더욱 냉정할 필요가 있다.
■ 종로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때마침 청와대 개방으로 전통마을인 서촌과 북촌이 700년 만에 이어지게 됐다. 경복궁·창덕궁 등 고궁과 인사동, 이건희 기증관이 예정된 송현동, 대학로, 평창동이 모두 하나의 거대문화벨트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에 전통과 현대, 미래가 융합되고 한데 어우러지는 아트시티로서 종로구를 만들고자 한다. 특히 각종 문화 시설을 걸어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중간 중간 필요한 휴식 공간과 즐길거리 등을 배치해 지역 상권도 함께 살리면서 새로운 문화적 부가가치를 담은 성장 엔진으로 만들고 싶다.
■ 개방된 청와대에 대한 관리 주체를 둘러싼 협의가 진통을 겪고 있다=청와대는 거대 '문화벨트'에 포함해 함께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고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에 종로구가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이 곳에 오랜 세월 청와대가 존재하면서 보안과 관련한 정보들의 공개 또는 비공개 문제가 남아있을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이 모두 공개될 때까지는 일시적으로 국가가 관리할 필요는 있다.
■ 2번의 국회의원 활동을 속초 고성 양양 지역구에서 하셨다=강원도는 낮은 인구밀도로 인해 도민들을 위한 각종 사업을 펼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정치적 역량이 필요하다. 공공이익에 관한 사업들을 단지 수익성의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지역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이 한마음이 되어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국가와 도청, 그리고 강원도에 애착을 가진 모든 분들이 진영을 떠나 오직 공동의 발전을 위해 나서야만 하는 이유라고 본다.
■ 끝으로 강원도민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춘천과 양구에 선산이 있을 정도로 정체성은 강원도에 있다. 아버지께서 재작년 돌아가신 후 강원도 산자락만 봐도 더욱 아버지 모습이 떠오르고 생전의 말씀이 들리는, 강원도는 제게 그런 곳이다. 이제 특별자치도가 될 강원도가 젊은 트렌드에 맞춘 혁신과 변화를 이끌며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믿는다. 서울 종로구의 살림을 맡게 됐지만 서로 협력하고 의지할 일들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겠다.
■정문헌 종로구청장 약력
◇출생:강원도 고성군(1966년) ◇학력 △미국 위스콘신대 정치학 학사(1986~1990) △미국 시카고대 정책학 석사(1990~1994) △고려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1995~2002) ◇주요경력 △제17대 국회의원(속초 고성 양양)(2004.5~2008.5) △전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2009.1~2011.1) △제19대 국회의원(속초 고성 양양)(2012.5~2016.5) △전 국민의힘 서울시당 종로구 당협위원장(2021.8~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