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대표적인 공간은 '놀이터'다. 어린이들이 놀 공간은 주민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강원도 놀이터의 현 주소는 어떨까. 본보는 5일 어린이 날을 맞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3일 오후 춘천시내 구도심인 효자동의 지성공원. 이 도시 공원에 조성된 공공 놀이터에는 그네와 철봉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흔한 미끄럼틀도 없는 곳에서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기 바빴다. 어린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신도심으로 아파트 밀집지역인 퇴계동의 스무숲 2공원. 우레탄 바닥재가 깔리고 탁 트인 공간은 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 클라이밍 손잡이가 달리고, 알록달록한 색상의 퍼즐이 있는 최신 미끄럼틀이 설치돼 있었다. 지나가던 초등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이곳에서 놀기도 하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놀이터의 차이는 이렇게 컸다. 도시 안에서도 지역간 '놀이터 격차'가 커 아이들은 놀 공간에서부터 불평등을 겪고 있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강원지역 아파트 단지에 조성된 놀이터는 1,390개였지만, 도시공원 내에 조성된 공공 놀이터는 379개로 3분의 1 규모에 그쳤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언제든지 놀이터를 찾을 수 있지만, 연립 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등 소규모 주택 단지에서는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아파트 관리 사무소들은 입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조성하는 도시공원 내 '공공 놀이터'가 중요하지만 이마저도 구도심, 신도심 간 인프라 격차가 있다. 각 시·군은 도시 공원 내 공공 놀이터 시설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소규모인데다 신도심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
원주시의 경우 87개 공공 놀이터가 있지만 리모델링 사업이 이뤄지는 곳은 매년 3곳 안팎에 그친다. 1곳당 드는 예산이 5억원 정도인데, 지방비로 충당되면서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춘천시는 회전 놀이대, 암벽 오르기, 스파이더넷 등 다채로운 시설을 갖춘 '모험 놀이터'인 잼잼 놀이터를 2021년에는 동내면 거두리에 조성했고, 2호로 퇴계동에 조성 중이다. 모두 신도심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정현숙 상지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아동 발달에서 놀이는 매우 중요하고, 교육과정도 놀이를 강조하는 추세로 가고 있는데 놀 공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지자체의 공간 조성 책임, 의무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