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에게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탁 트인 자연에서 제약 없이 마음껏 뛰어놀고 평온하게 지내는 것이 진정 개에게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일매일 시골의 산천을 돌아다니며 자연의 풍경을 즐기는 서범구 화백(60)과 보리. 여름에는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겨울에는 눈 덮인 길에서 눈을 즐기며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 서 화백이 생후 2개월 때부터 키우기 시작해 지금은 동네 인기견이 된 보리. 서범구 화백과 보리를 지난 16일 만나 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춘천시 신북읍 산천2리. 33년간의 미술교사 생활을 마친 서범구 화백이 이곳에서 유유자적 수채화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작품 활동에 집중할 공간을 찾다가 한적하고 물이 맑아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는 서 화백. 주변 동네 풍경을 비롯해 춘천의 전경을 수채화로 그려내는 서범구 화백에게는 7년을 함께한 진돗개 보리가 있다.
개들도 인연이 있는가 보다. 신북장에서 데려온 보리는 원래 주인은 뒷집이다. 뒷집은 보리 외에 3마리 애완견이 있었다. 서 화백이 전원생활을 함께 하려고 데려온 2마리의 어린 강아지를 예방접종 한 후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 뒷집에서 보내 준 보리와 인연을 맺게 됐다.
보리는 집 마당에서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우고 있지만 최근 며칠 사이 집 내부 공사로 인해 부득이하게 베란다에 묶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원래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우던 아이라 줄로 묶어놓으면 아무리 강한 줄이라도 이빨로 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아이지만 요새는 집에 공사를 한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줄을 풀고 같이 산책하거나 노는 시간만을 기다린다”고 서 화백이 설명했다.
“보리를 처음 데려왔을 때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작았던 아이였다. 그랬던 아이가 어느 순간 이렇게 주인을 잘 따르는 친구가 되었다.”고 서 화백은 처음 보리를 데려왔을 때의 순간을 말했다. 7년이 지나며 보리는 어엿하게 자랐고 서 화백을 충직하게 따르는 성견이 됐다.

서 화백의 일과는 보리와의 산책으로 시작한다. 아침에 보리를 데리고 인근 율문천과 주변 마을과 뒷산을 둘러본다. 이 와중에 보리는 마을주민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 그때마다 주민들을 알아보고 반갑게 대해준다.
“보리는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보리를 보면 간식도 주고 보리의 여자 친구를 소개받고 있다”며 “실제로 주민분들께서 소개해준 여자 친구와 눈이 맞아 강아지들을 낳은 적도 있다”고 했다.
보리는 여름철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과 겨울철 눈에서 노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또 서화백은 “사람에게 순하게 대하지만 간식을 좋아해서 간식을 가져오면 경계심을 풀고 바로 친근함을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서 화백이 보리와 놀 시간이 됐다며 보리를 풀어주고 공놀이를 했다. 서 화백이 공을 던지자 보리는 가만히 그러나 시선은 공에 집중한 채로 공이 어디로 가는 지를 지켜보다가 한 번에 공을 물어서 서 화백에게 가져왔다. “순한 친구지만 사냥 본능이 있어서 공을 던지고 물어오는 놀이나 수건 물고 당기기 같은 활동적인 놀이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가끔 쥐나 새 등을 사냥하는 경우도 있다”고 서 화백이 설명했다.
다만 최근 보리가 갑자기 천둥소리 같은 큰 소리에 쉽게 놀라는 경우가 있어 그 부분이 걱정이라고 했다.
현재 8월 초대전, 9월 개인전을 앞두고 작품 활동에 분주한 서 화백. 그에게 보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게 해주는 소중한 친구다. 서 화백은 향후 그림을 그릴 때 보리를 조금씩 등장시킬 계획이다. 서 화백은 일상을 공유하는 보리가 시골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며 가끔 작품이나 풍경에 등장하며 평온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서 화백은 밝혔다. 오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