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펫밀리]철새의 낙원 누비며 28년째 ‘두루미 수호천사’

김수호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 사무국장

탈진하고 다친 두루미 구조 "치료후 자유롭게 날아갈때 가장 보람"
조류 주요 부상 원인 '가공지선' 철거 집중 최근 충돌사고 많이 줄어

◇철원에서 수십년째 두루미와 지내며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김수호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 사무국장. 김남덕 기자.

학(鶴). 학이라고 불리는 두루미는 우리 민족과 아주 인연이 깊은 새다. 선조들이 학이라고 부르던 새가 바로 두루미입니다. 신선들이 타는 것으로 생각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두루미가 등장한다. 머리가 붉다고 해서 단정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두루미는 우리나라 대표 겨울 철새이자 천연기념물이다. 이 중 가장 많은 두루미가 겨울을 보내러 오는 곳은 강원도 철원이다.

세계 최대의 두루미 월동지로 이름난 철원은 7종의 두루미(두루미, 재두루미, 시베리아 흰두루미, 캐나다 두루미, 흑두루미, 검은목 두루미, 쇠재두루미) 수 천마리가 10월부터 5월까지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다.

철원군에서도 두루미를 홍보하기 위해 두루미 평화센터를 지어 두루미 탐조 프로그램을 매일 2회 진행하며 두루미 탐조대를 만들어 탐조객들이 두루미를 관찰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철원에서 수십년째 두루미와 지내며 보호에 앞장선 김수호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 사무국장은 지난 1996년부터 두루미와 인연을 맺고 있다.

두루미가 월동을 위해 찾아오는 10월부터 김국장의 일과는 본격적으로 바빠진다. 두루미가 주로 월동하는 장소를 찾아가 먹이로 삼는 옥수수, 벼 등의 곡식이 충분한지 확인하고 또한 다치거나 탈진한 두루미가 없는지 확인한다. “두루미들이 날다가 전깃줄에 걸려서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고 설명했다. 전깃줄에 걸린 두루미의 경우 떨어지는 과정에서 2차적으로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은데 다친 두루미를 빨리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 그러나 두루미가 경계심이 많은 바람에 구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다친 두루미를 구조하려고 다가가는 와중에 두루미가 머리를 흔들면서 위협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김수호 사무국장이 답했다. 두루미의 경계가 심한 경우에는 후드 등 시야를 가릴만한 물건을 준비해 한 사람이 두루미의 시야를 가려서 진정시키는 사이 다른 사람이 구조한다고.

이렇게 구조한 두루미들은 두루미 평화센터 내에 위치한 재활장으로 데려가 치료를 한다. 최대한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의 재활장에 머물며 치료를 하고 기력을 회복한 두루미들은 겨울이 끝나고 떠날 시기가 되면 스스로 떠난다. 떠나기 전, 김수호 사무국장은 두루미들에게 GPS를 부착해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를 확인한다. 때로는 치료한 두루미가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 발견되고 이를 찍은 사진을 받기도 하는데 이럴 때가 가장 보람찬 순간이라고.

현재 재활장 내에는 재두루미 한 쌍이 거주하고 있다. 이름은 철원이와 사랑이. “여기 먼저 들어온 새는 사랑이다. 전깃줄에 걸려서 날개를 다치는 바람에 날 수 없어 치료가 끝난 후에도 계속 이 곳에 거주하고 있다. 철원이의 경우에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잠든 사이 추위로 인해 강이 얼어버리는 바람에 탈진한 것을 데려와 치료했다”고 한다. 같이 지내는 사이에 둘은 서로 눈이 맞아 한 쌍의 부부가 됐다. 비록 처음에는 철원이가 시베리아로 떠난 적이 있었지만 사랑이가 날지 못 한다는 것을 안 뒤로는 계속 겨울이 끝나더라도 함께 지내게 되었고 그러다가 다른 다친 두루미들이 들어오면 같이 지내고 떠나보내기를 반복한다고.

두루미와 같이 지내면서 어렵거나 힘든 일도 있었지만 김수호 사무국장은 두루미로 인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최근에는 한전 등과 협력해 두루미가 많이 다니는 지역의 가공지선을 철거하고 안전표지판을 부착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존에 비해 충돌사고가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철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매년 세계 최대 두루미의 월동지인 철원을 찾아오는 두루미들이 그들의 선조들이 그랬듯이 오래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겨울을 지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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