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을 무너뜨릴 정도의 강한 위력을 지닌 제10호 태풍 '산산(SHANSHAN)'이 오는 30일께 일본 본토를 휩쓸고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태풍 '산산'은 현재 진행방향이나 위력으로 볼때 지난 2019년 10월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던 태풍 '하기비스'와 유사하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일본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30일 낮 서남부 규슈 가고시마현에 폭풍, 파랑 특별경보를 발령했다.
특별경보는 중대한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현저하게 높아질 때 주민들에게 최대한의 경계를 호소하기 위해 발령하는 것으로, 호우·폭풍·파랑·쓰나미 등 재해유형별로 내린다.
태풍에 따른 특별경보 발령은 2022년 9월 '난마돌' 이후 약 2년 만이다. 1959년 5천여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이세완' 태풍급이나 수십 년에 한차례 정도 발생하는 강한 태풍에 의한 폭풍 등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본 기상청 관계자는 "가고시마현에서는 이제껏 경험한 적이 없는 폭풍과 높은 파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지역 주민에 안전한 장소로 피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본 기상청은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에는 호우 특별경보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산산'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935hPa(헥토파스칼), 태풍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50m, 최대 순간풍속 초속 70m로 가고시마현의 유명 관광 섬인 야쿠시마(屋久島) 남서쪽 60㎞ 해상에서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산산'은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오는 31일께 규슈에 상륙한 뒤 오사카를 지나 일본 열도를 종단하듯 동북 방향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방송 NHK는 "가고시마현에서는 주택이 붕괴할 정도인 최대 순간풍속 초속 70m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자동차는 28일 저녁부터 일본 내 차량 조립공장 14곳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태풍 접근에 따른 종업원 안전 우려와 물류 영향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한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최대 예상 강수량은 29일 오후까지 24시간 동안 규슈 남부에서 600㎜, 시코쿠 300㎜, 도카이(혼슈 중부) 250㎜, 긴키(혼슈 중서부) 150㎜ 등이다.
태풍이 접근하면서 교통편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항공(JAL)은 가고시마, 후쿠오카, 미야자키 등 지역을 운항하는 항공편을 중심으로 이미 국내선과 국제선 112편, 전일본공수(ANA)는 항공편 80편에 대해 이미 각각 결항을 결정했다.

규슈 신칸센은 구마모토와 가고시마 간 고속열차 신칸센 운행을 이날 오후 8시부터 중단할 예정이다.
도쿄역과 신오사카역 구간을 운행하는 도카이도 신칸센과 신오사카역과 규슈 하카타역을 오가는 산요 신칸센도 기상 상황에 따라 운행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태풍 영향으로 내린 많은 비로 전날 아이치현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일가족 5명이 매몰되기도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께 아이치현 가마고리시의 한 주택에 사는 70대 부부와 30∼40대 자녀 등 총 5명이 산사태로 매몰돼 출동한 소방관들이 토사를 제거하면서 구조 작업 중이다. 5명 중 2명은 중경상을 입었고 1명은 의식 불명 상태이며 2명은 생존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가마고리시 당국은 호우 때문에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나고야지방기상대에 따르면 가마고리시에서는 전날 밤까지 약 24시간 동안 8월 평년 1개월분(124㎜)을 웃도는 138㎜의 비가 내렸다.
일본 정부는 토사 붕괴와 하천 위험을 경고하고 주민들이 태풍 대비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제주에 강풍·풍랑특보가 발효되며 강한 바람이 불고 한라산에 186㎜의 폭우가 내리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제주도 전역에 강풍주의보를 발효했다.
오후 6시 현재 주요 지점 최대순간풍속(초속)은 한라산 사제비 20.5m, 새별오름 20.1m, 김녕 18.5m, 마라도 17.2m, 서호 17.2m, 강정 16.2m 등이다.
기상청은 동풍이 강하게 유입되면서 산지를 중심으로 모레(30일) 새벽까지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20∼25m 이상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새벽부터 제주도 산지와 북부 중산간, 서부 등지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특보 수준이 주의보와 경보, 해제를 오락가락하면서 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0시부터 오후 6시 현재까지 한라산 지역 강수량은 윗세오름 186.5㎜, 어리목 185.5㎜, 사제비 159.5㎜, 삼각봉 152.5㎜, 진달래밭 137.0㎜ 등이다.
해발 200∼600m 중산간 지역을 보면 새별오름 117.0㎜, 금악 113.0㎜, 산천단 66.0㎜, 오등 29.0㎜, 서광 20.5㎜를 기록했다.
해안지역은 한림 62.0㎜, 낙천 31.5㎜, 고산 12.7㎜, 남원 8.5㎜, 성산 5.1㎜ 순이다.
북부 중산간과 산지에 내렸던 호우주의보는 오후 6시를 기해 해제됐다.
해상에도 강풍이 불면서 곳곳에 풍랑특보가 발효됐다.
오후 6시 현재 제주도 전 해상과 서부 서쪽 먼바다에 풍랑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제주도 앞바다와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 물결이 3.0∼5.0m로 매우 높게 일고 있고, 그 밖의 해상에도 1.5∼3.0m로 높게 일고 있다.
주요 지점 최대 파고는 서귀포 7.2m, 마라도 4.7m, 추자도 4.2m, 신산 4.7m 등이다.
이에 따라 제주항에서 출발해 추자도를 경유해 완도를 오가는 송림블루오션호와 추자도를 경유해 진도를 오가는 산타모니카호가 결항했다.
또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과 산이수동항에서 가파도와 마라도를 오가는 5편의 여객선도 운항이 통제됐다.
제주도 전 해상과 남해 서부 서쪽 먼바다에는 모레 새벽까지 매우 강한 동풍이 계속 유입되며 물결이 더욱 높아지고, 돌풍과 천둥·번개가 예상돼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라산 국립공원 탐방로와 둘레길은 모든 구간에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