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오카아마현 북부, 돗토리현과 경계를 이룬 내륙지역인 마니와시, 면적은 828㎢로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와 비슷하다.
하지만 인구는 4만1,000여명, ㎢당 인구밀도는 50여명에 불과한 비교적 한적한 마을이다. 내륙 산악지형인 마니와시는 산림이 전체면적의 80%를 차지한다.
산림 면적이 82%를 차지하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일본형 축소판인 셈이다. 마니와시 역시 한국과 일본의 여느 지방 소도시처럼 인구감소와 고령화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마니와시 전체의 출생은 194명에 그쳤고 올해는 170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파도와 같은 인구감소를 막기는 어렵지만 마니와시는 독특한 삶, ‘지속가능한’ 나름의 방식인 ‘산촌자본주의’ 로 NHK에 소개되면서 일본 전역에 알려졌다. 마니와시의 새로운 방식은 역시 ‘산과 나무’가 중심을 이룬다.

■목재산업 침체 대안, 나무에서 찾다=고급 목재인 편백나무(히노끼)의 주산지인 마니와는 목재가 주력산업이다. 마니와는 연 23㏊의 나무를 심는데 이중 70%가 편백나무, 25%는 삼나무다. 전체 면적의 80%가 산림이며 이 가운데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 57.4%를 차지할 정도로 마니와는 나무를 심는데 진심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전국적인 인구 감소로 건설 경기와 목재 산업의 침체가 이어졌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여전히 목조 주택을 선호하지만 인구 자체가 줄어드니 새로 집을 짓는 일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더욱이 임업과 목재산업이 3K(위험하고 고되고 불결한 일, 3D의 일본식 표현)로 인식되면서 종사자도 크게 줄어들며 위기를 맞았다. 마니와는 문제의 근본 원인이면서도 자신들의 가장 큰 자산인 숲에서 다시 해법을 찾아 나섰다. 나무의 활용도를 극대화한 바이오매스를 통해 낭비는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현대화를 통해 젊은 사람들을 끌여 들었다.
지역 기업의 젊은 경영자들을 중심으로 ‘21세기 마니와학원’이라는 모임이 꾸려졌다. 이들은 도시의 미래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고 그동안 활용하지 않았던 산림자원을 바이오매스(유기물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원)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산림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부여하며 마니와 방식의 ‘산촌자본주의’로 발전했다.
또 벌목부터 목재 가공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3K가 아닌 청년들의 위한 일자리로 변모시켰다.
목재집하장에서 만난 이하라 마니와 산림조합 전무는 “고도 성장기에는 주택을 많이 짓고 목재산업이 호황이었으나 10여년 전부터 주택용 목재산업이 침체됐다. 이로인해 건축용 대신 바이오매스 펠릿을 함께 생산하고 콘크리트와 강도가 비슷한 새로운 목재(CLT)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AI를 활용한 자동 생산 시스템을 갖춰 청년들에게 맞는 직종으로 바뀌고 있다. 단순한 목재 생산이 아닌 종합 소재 생산업으로 변모한 것”이라며 “마니와시에는 22개 목재 소재 생산업체가 있고 200여명 이상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의 평균 연령은 30대”라고 설명했다.

■산촌 자본주의 랜드마크=오타 노보루 마니와시장은 시정 철학을 묻는 강원일보의 질문에 “나무가 자라면 자본으로 활용하고 나무가 없어진 자리에는 다시 나무가 자라게 한다”고 답했다. 마니와시의 라이프스타일은 나무처럼 지속가능한 ‘선순환’으로 요약된다. 마니와 산촌자본주의의 랜드마크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다.
2015년 마니와시와 지역 최대기업인 메이켄공업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재생에너지 전력매입제도로 전력을 판매해 연간 20억8,000엔(한화 180억원)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바이오매스 발전소 연료의 60%는 기존에는 산업폐기물로 처리하던 나무껍질 등 미이용 목재다. 전력판매수익은 물론 연간 1억엔 이상의 목재 폐기물 처분 비용도 절감하고 있다. 석유대체효과는 연 35억엔, 연 11만4,000톤 이상의 온실가스 감소 등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나카시마 고이치로 메이킨공업 대표는 “전력 판매는 물론 목재폐기물 처리 비용 등 상당한 이익을 거두는 것은 물론 직간접적인 고용효과 역시 최대 100여명에 달한다”면서 “마니와시는 2005년 주변의 여러 촌락을 합병하며 탄생했고 당시 마을 전력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발전소 지분 50%이상을 출자했다”고 말했다.
산림자원이 풍부한 마니와시는 탄소중립의 시대를 기회로 보고 자원순환의 개념을 마니와시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마니와시는 올해 음식물쓰레기 등을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메탄발전소를 설립, 현재 시운전 중이다.
하수처리장 등의 슬러지와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 등을 모두 자동으로 수거해 메탄발전소에서 전력과 액체비료로 재생산한다. 액체 비료는 지역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돼 다시 땅에 뿌려지고 주민들의 주식이 된다.
마니와시는 “환경, 사회, 경제의 조화를 이루고 다양성과 순환성의 마을을 목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모든 지역의 문제는 지역자금순환을 통해 해결해 지역경제활성화를 도모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