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진정한 사과 없이 더 나아갈 수 있겠는가

이강균 춘천시체육회장

체육은 경쟁이지만 동시에 화합이다. 선수들은 공정과 상호 존중의 태도로 경기에 임하고, 팬들은 웃고 울며 감동을 나눈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것, 바로 스포츠의 매력이자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지난 4월 강원FC와 춘천시 간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춘천시민으로서, 체육인으로서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홈경기 개최지로 춘천이 최종 확정되면서 논란의 급한 불은 껐지만, 이 사안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강원FC와 춘천시, 강릉시 간 협약 갱신과 내년도 시즌 홈경기 협상이 임박한 이 시점에 더욱 중요한 일이다.

강원FC 김병지 대표는 지난 4월 17일 춘천과 강릉의 관중 수, 시즌권 판매량, 경기장 관리 등을 언급하며 춘천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 이후 춘천시축구협회와 팬클럽이 비판 현수막을 내걸자, 강원FC는 현수막 철거를 요구했고 춘천시가 즉각 조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육동한 춘천시장의 경기장 입장 비표를 회수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춘천시 소유의 경기장에서 현직 시장이 출입을 제지당한 것이다.

체육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스포츠의 기본 정신이 훼손되었다는 점이다. 스포츠는 지역을 연결하고 시민들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주는 매개체여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오히려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시민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곧 강원FC의 2026년 시즌 홈경기 개최지를 놓고 협상이 진행된다. 춘천과 강릉에서 분산 개최할 홈경기의 일정을 조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협상에 앞서 김병지 대표의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강원FC는 도민구단답게 도민들의 화합을 우선해야 한다.

최근 강원FC는 춘천과 강릉 중 더 많은 지원금을 제시하는 곳에 하반기 홈경기 개최권을 주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도민의 화합은커녕 두 도시 간 경쟁을 부추기는 행태이자 도민들의 진심 어린 응원을 단순히 돈의 액수로 평가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도민 전체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도민들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강원FC, 도민구단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춘천시는 그동안 강원FC의 든든한 파트너였다. 경기장 시설 개선, 관중 동원, 각종 행정 지원 등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다. 또한 강원FC는 절정의 경기력으로 춘천시민들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관계가 하루아침에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여전히 김병지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춘천을 폄훼하고 시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 김병지 대표의 진정한 사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잘못을 정확히 인정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며,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겨야 한다. 상처받은 관계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건전한 비판도, 상생의 파트너십도 불가능하다.

춘천시민의 강원FC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뜨겁다. 강원의 유일한 프로축구단으로서 강원FC에 대한 기대 역시 크다. 실제로 올해 진행된 춘천 홈경기는 연일 경기장을 가득 메우며 열정을 증명했다. 변함없는 응원을 보낸 춘천시민의 성숙함 앞에서 김병지 대표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강원FC가 진정한 도민구단으로 거듭나 춘천시와 더욱 견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를 바란다. 그 첫걸음은 김병지 대표의 진정한 사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동안 춘천시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인내심과 기다림을 김병지 대표는 꼭 기억해야 한다. 춘천시민을 향한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강원FC의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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