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 현장에서 연락이 끊겼던 14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화재로 사망 14명, 중상 25명, 경상 35명 등 모두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대형 산업재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소방당국은 공장 내부 곳곳에 묻어 있던 절삭유와 기름때, 도면에 없는 임의의 복층 구조 등이 피해를 키운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불은 20일 오후 1시 17분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안전공업 1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발생 직후 검은 연기가 계단을 타고 2층과 3층으로 빠르게 번졌고, 가공 공정에 쓰이는 절삭유 등이 화염 확산을 키운 것으로 소방당국은 분석했다.
점심시간이던 당시 근로자 상당수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럽게 퍼진 불길과 연기에 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고, 일부 직원들은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며 급히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골절상을 입거나 연기를 흡입한 부상자도 잇따랐다.
한 직원은 “주변이 온통 검은 연기로 가득해 길을 찾지 못했고, 그 순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창문 쪽으로 가서 버텼는데, 연세 많은 분들 중에는 의식을 잃은 분도 있었고 밖으로 뛰어내린 사람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명 피해가 커지자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9분 만에 대응 1단계를, 이어 14분 만에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오후 1시 53분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리고 헬기까지 투입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불은 이날 오후 11시 48분께 완전히 잡혔다. 다만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14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본격적인 수색은 이날 오후 10시 50분께부터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안전진단을 거쳐 진입이 가능한 구역부터 구조대원을 4인 1조로 투입했고, 약 10분 뒤인 오후 11시 3분께 2층 휴게실 입구에서 40대 남성 1명을 숨진 채 발견했다.
이어 21일 0시 20분께에는 2층 휴게실 내 복층 공간에서 사망자 9명이 한꺼번에 발견됐다. 이 공간은 헬스장으로 알려졌으며, 직원들이 휴게시간에 낮잠을 자는 장소로도 이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수색은 붕괴 지점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인명 탐지견 반응이 나타난 구역을 중심으로 중장비를 동원해 잔해를 치웠고, 이날 낮 12시 10분부터 오후 5시 사이 남아 있던 실종자 4명을 모두 찾아냈다. 화재 발생 약 28시간 만에 실종자 수색이 마무리되면서 최종 사망자는 14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부상자 60명 가운데 2명은 진화 과정에서 다친 소방관이다.
대형 인명 피해의 배경으로는 건물 내부 구조 문제가 지목되고 있다. 사망자 9명이 발견된 헬스장은 건축 도면에 없는 임의의 복층 공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한때 ‘3층 헬스장’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해당 건물은 기계 설비 설치를 위해 층고가 5.5m에 달할 정도로 높았고, 지상에서 3층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경사로와 3층 사이에 자투리 공간이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대덕구는 이 공간을 막아 복층 형태로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경하 대덕구 주택경관과장은 “이 공간은 도면상에 없는 부분”이라며 “창 쪽에 별도 계단을 만들어 올라간 것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는 대피를 더욱 어렵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원래 한 층이던 공간을 두 개 층처럼 나눠 사용하면서 창문이 한쪽에만 있었고, 정면에는 창문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직원들이 휴게시간에 머물던 장소에서 불이 나면서 초기 대응이 늦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이사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 다친 모든 분과 가족께 깊은 애도와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관계기관과 함께 실종자 수색과 부상자 치료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피해를 본 분들과 유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필요한 지원과 피해 복구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과 검찰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정확한 화재 원인과 안전관리 실태 등을 수사하고 있다. 관계기관도 조만간 합동 감식에 나설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