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굳건한 원형에서 독립적 미학으로, 박수근 가문의 궤적

- Heritage : Time Inherited(유산 : 이어받은 시간)전
- 4월2~30일…박화백 3대 등 13팀 예술가 가문 참여

◇시장의 여인(박수근), kenosis-태극태극 놀던 달아(박성남), 빛방울이 떨어진 나날들(박진흥) (왼쪽부터)

한국 미술사를 대표하는 양구출신 국민 화가 박수근(1914~1965) 화백, 전통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아들 박성남, 그리고 선대의 짙은 그늘을 깨고 자신만의 빛을 찾아 나선 손자 박진흥. 이들 3대 화가의 치열한 예술적 여정이 한 공간에서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단순한 가족 전시를 넘어 한국 근현대미술의 계보와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전시 ‘Heritage : Time Inherited(유산 : 이어받은 시간)’가 다음달 2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갤러리나우에서 열린다. 여러 세대에 걸쳐 한국 미술의 흐름을 이끌어온 13팀의 예술가 가문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에서 1세대 박수근 화백의 조형 언어가 아들의 시대적 사유를 거쳐, 마침내 손자의 독립적인 미학으로 피어나기까지의 거대한 서사가 펼쳐진다.

◇박수근 화백

예술적 토양을 다진 박수근 화백은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굳건한 예술관을 바탕으로 한국적 정서의 원형을 구축했다. 그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인물보다는 ‘시장의 여인’처럼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을 가장 즐겨 화폭에 담았다.

◇박성남 작가

아들 박성남 작가는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받으면서도 자신만의 치열한 고민으로 전통적 어법을 현대적으로 확장했다. 그는 오늘날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혼돈이 본래의 자리를 무시하는 무분별한 융합(퓨전)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kenosis-태극태극 놀던 달아’ 에서 그는 밤하늘의 달을 조각조각 썰어내고 그 빛의 층(레이어)들을 재구성해, 그 원형의 빛 틈새로 기어가고 뛰어가는 소소한 일상들을 치열하게 표현해 냈다.

◇박진흥 작가

손자 박진흥 작가의 작품은 예술적 유산이 거장들의 짙은 그늘과 답습의 굴레를 깨고 나올 때 비로소 진정한 독립적 미학으로 완성된다는 것으로 작품으로 표출한다. 과거 스스로를 이끼나 버섯 같은 음지의 존재로 여기며 우산 속에 숨어 지냈던 그는, 마침내 껍질을 부수고 우산을 던져 낯선 빛방울에 자신을 정면으로 노출시킨다. 그의 유화 작품 ‘빛방울이 떨어진 나날들’은 두려움과 어색함을 넘어 새로운 ‘장마’를 맞이한 작가의 자전적 기록이자, 세대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예술의 생명력을 대변한다.

박수근 화백 가문을 비롯해 각 예술가 가문별로 작품을 배치해 세대 간의 닮음과 차이를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한 이번 전시는, 과거의 유산이 동시대적 해석과 실천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미술사로 완성되는 묵직하고 아름다운 의미를 관람객들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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