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판돈 매일 본사 송금 본사선 '월급'만 내려보내
그동안 대형유통점의 지역자금 외지 유출 지적은 많았지만 급속도로 늘어가는 편의점을 통한 자금 역외유출은 제대로 거론된 바가 없다.
편의점의 외형 자체가 소규모인데다 이를 이용하는 고객들 조차 일반 슈퍼마켓과의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해 연간 1,000억원대에 이르는 자금이 외지로 유출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태
도내에는 현재 276개의 편의점이 운영중에 있다. 이중 훼미리마트가 210개로 가장 많으며 바이더웨이 33개, GS25 17개, 미니스톱 16개가 각 시·군에서 성업중이다.
여기에 올 말까지 훼미리마트 30~40개, 바이더웨이 20개, 미니스톱 5~6개 등이 추가로 개점될 예정이어서 총 350여개에 이를 전망이다. 도내 18개 시·군마다 평균 20여개의 편의점이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편의점 본사의 적극적 마케팅과 경기불황으로 큰 자금이나 경험없이 점포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때문에 편의점을 경영해보려는 희망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일반 슈퍼마켓과 달리 24시간 운영되고 있어 주민들의 생활에도 일정한 도움이 된다는 점도 곳곳에 편의점이 들어서는 계기가 되고 있다.
편의점은 크게 순수가맹점(직영가맹점)과 위탁가맹점으로 구분된다. 순수가맹점은 경영주가 직접 매장을 준비해 체인점 계약하고 매출총이익중 가맹점 65%, 본사 35%로 배분하는 형태를 말하며 위탁가맹점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편의점을 일정 보증금을 내고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으로 가맹점 40%, 본사 60%로 이익을 나누게 된다. 도내 대부분의 편의점들은 순수가맹점들이다.
-구조
편의점은 유통매장의 한 형태로 확고히 자리잡았으나 사실상 지역경기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매출액은 매일 본사로 전액 송금되고 매달 1회 매출비용 등을 계산해 일정 비율만을 편의점 경영주가 월급 형태로 지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가 이렇다보니 지역에서 편의점의 자금이 회전될 기회 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편의점 매출은 위치 등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평균 100만~150만원선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하루 매출액을 편의상 100만원으로 볼 경우 한달 매출액은 3,000만원이다. 이중 편의점 매장에 들어오는 물품비용으로 매출액의 73%인 2,190만원을 본사로 보내고 나면 매출이익은 810만원이 된다.
해당 편의점이 순수가맹점일 경우 매출이익의 35%(283만5,000원)는 본사 몫이 되고 남은 금액 가운데 편의점에서 사용하는 영수증 용지대(1일 2만원)와 삼각김밥 등 당일폐기처분해야 하는 식품에 대한 물품폐기대금(1일 1만원) 등 90만원을 본사로 보내고 있다. 이를 모두 계산하면 한달 매출 3,000만원중 85.4%인 2,563만5,000원이 지역에서 한푼도 회전되지 못하고 매달 편의점 본사로 빠져나고 있는 것이다. 또 이같은 매출에 대한 세금도 결국 본사가 있는 서울시 등에 일괄 납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편의점주가 받는 한달 436만5,000원만이 건물임 대료, 아르바이트생 비용, 전기세(본사 50%부담), 각종 세금 등으로 지역에서 회전되고 있다.
또 매출액을 거래 은행에 입금시키고 이를 토대로 신용도를 쌓아 대출을 받는 등의 금융 거래는 편의점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대안
편의점의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자금의 역외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마땅치 않다.
다만, 최근 지역에서 독립형 편의점들이 생겨나고 있고 도내에서도 슈퍼마켓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상품가격을 저렴하게 하면서 가능한 한 지역내의 물품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메이저급 대형 편의점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 '지포스24', '오렌지데이(Orangeday)', '우리들(Wooleedle)', '솔드아웃(Sold-Out)', '썬마트(Sun-Mart)', '위드미(With-Me)'등의 편의점들이 나름대로 자리잡고 있으며 도내에서도 한두개씩 생겨나고 있는 추세이다.
독립형 편의점은 일반 편의점과 달리 가맹비와 로열티가 없고, 계약해지시 위약금도 없으며 가맹점주의 개별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본사에서 지정한 상품 외에도 점주가 지역에서 소비자들의 특성에 맞게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원주지역 슈퍼마켓 업소들이 연합해 만든 협동조합은 지역내에서 자립형 구매 구조를 갖춰나갈 계획이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편의점들을 통한 자금의 역외유출 문제는 결국 편의점 본사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형유통점의 경우, 그나마 지역에서 각종 행사를 지원하거나 불우이웃돕기 등의 생색성 이벤트라도 개최하고 있으나 편의점은 여건상 개별적으로 이런 활동마저 할 수 없기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지역에 일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한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고재석회장은 “로열티나 매일 매출액을 입금해야하는 편의점의 불공정약관으로 인해 지역자금이 더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불공정계약부분이 먼저 개선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사측 한국편의점협회 이덕우과장은 “편의점을 통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은 아직까지 생각해본적이 없지만 이번 기회에 편의점협회 차원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논의해 볼 예정”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전문가인 박현식경영지도사는 “내년 산자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원주지역에 물류센터를 마련한다”며 “물류센터를 통해 물품을 공동구매 할 수 있게 되면 강원지역 고유브랜드를 만들어 자체 가맹점 사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洪景眞기자·hongzine@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