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사나이들 ⑪
박포수도 그 일본인 장사꾼으로부터 같은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와다나베라는 일본인은 꽤 큰 무역회사의 사장이었는데 조선의 상품거래에 밝았다.
최주사와 박포수는 모두 와다나베의 제의를 거절했다.
조선 사나이들이 함께 하는 일에 약삭빠른 일본 장사꾼이 끼어드는 일은 바람직스럽지 않았다.
와다나베는 그렇다고 조선에서 돈을 벌겠다는 집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일본에 있는 수렵가들을 조선으로 불러들였다.
경북의 야산에는 꿩과 멧돼지들이 우글거린다면서 그들이 경북의 야산에서 사냥을 하도록 데리고 왔다.
사실 조선의 야산들은 더없이 좋은 사냥터였다.
많은 직업포수와 아마추어 수렵가들이 야산에 도착했다.
직업포수들은 멧돼지나 꿩을 많이 잡아 일본에 보내 돈을 벌려고 했고 아마추어 엽사들은 사냥개들을 데리고 와 꿩과 멧돼지 사냥을 즐기려고 했다.
일본에는 범이나 표범이 없고 멧돼지만이 있어 멧돼지 사냥은 빅게임이었으며 인기가 있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에 박포수는 일본수렵협회 회원 네 사람을 만났다.
사냥 안내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들은 여러 종류의 사냥개들을 데리고 왔다.
꿩을 잡으려는 서양개 종류인 세터와 포인터도 있었고 일본 토종의 멧돼지 사냥개들도 있었다.
시바이누와 직고쿠(十國) 등 토종개들이었는데 모두가 잘 훈련되어 있는 엄청난 고가의 사냥개들이었다.
일본 토종개는 우리나라의 풍산(豊山) 진도(珍島) 제주개들과 비슷한 모습이었으나 덩치가 좀 작았다.
박포수는 한창 멧돼지 사냥에 바빴기 때문에 일본 수렵인들의 제의를 거절했다.
일본인들은 실망했으나 함께 온 안내인이 말했다.
“괜찮아요.
여기서는 전문 안내인이 없어도 멧돼지를 잡을 수 있습니다.
어느 산에 가도 멧돼지들이 있으니까요.” 사실 그의 말대로 어느 산에 가도 멧돼지들의 발자국이 있었다.
일본인 수렵가들은 그 발자국들을 보고 놀랐다.
“굉장한 발자국들이야.
30관(120㎏)이나 될 것 같은 거물이야.” 일본에 서식하는 멧돼지들은 조선의 멧돼지보다 덩치가 훨씬 작았으므로 그 정도의 발자국이라면 거물급이 되었다.
그러나 안내인은 조선에서는 그 정도의 멧돼지는 중돼지급이라면서 무게가 60관(240㎏)이 넘어야만 거물급이 된다고 말했다.
조선에는 80관이 넘는 멧돼지도 있었다.
일본 수렵가들은 발자국을 보고 신이 났다.
그들은 사냥개를 풀어 놓았다.
세 마리의 시바견들이 추적에 나섰다.
한 시간쯤 뒤에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