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서로 떼어낼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가리킬 때 자주 인용된다.
아마도 서민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과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상관관계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소상공업체는 267만개로 우리나라 전체업체 수의 88.4%, 고용의 41.5%를 차지하고 있으며 도의 경우에는 9만7,000개로 지역 전체의 91.8%를 차지, 매우 중요한 경제영역에 속한다.(2006년 말 기준, 통계청)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 및 원자재가 상승으로 인한 국내 소비심리 위축, 내수부진 등으로 각종 비용 부담이 증가하여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여건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7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소상공인의 매출액이 올해 초보다 평균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신용카드 수수료율도 대형마트, 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이 평균 1.5%인데 비해 소형 가맹점은 평균 3.34%에 이르고 있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 심지어 ‘앞뒤로 다 밑지는 장사’인 것이 우리 주변 영세 소상공인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신용카드사별로 수수료율을 영세가맹점은 1.5∼2.2%로, 일반가맹점은 2.5∼3.6%로 인하하도록 공시하였으나 올해 5월 중소기업청 실태조사 결과 평균 3.15%로 공시 이전에 비해 0.19%포인트 인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에서는 일회성 행정조치로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하고 보다 안정적이고 실효성 있는 인하방안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거쳐 올해 9월에 청장 주재로 업계·전문가와의 간담회 등을 실시한 바 있다.
상기 연구용역 및 간담회 토론결과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신용카드 수수료율 합리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추진방향은 크게 신용카드 대체수단 활성화 및 합리적인 카드수수료 책정을 위한 여건조성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는 첫째, 직불카드 사용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직불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대손비용과 기간이자가 발생하지 않아 수수료율이 1.0∼2.0%로 저렴한 장점이 있다.
따라서 직불카드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현행 20%에서 30%로, 사용시간은 현행 오전 8시∼밤11시30분에서 0시부터로 크게 확대하고 정부 차원의 직불카드 홍보 및 캠페인 등을 통해 직불카드 사용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둘째, 현금결제 시 가격할인을 허용하는 것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 결제 시보다 현금 결제 시 가격할인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현금 결제 시 가격할인을 허용하게 되면 신용카드 결제 축소를 유도하여 소형 가맹점의 카드수수료 부담완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신용카드 수수료 책정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소상공업계 대표가 참여하는 ‘카드수수료율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원가산정표준안, 수수료 수준의 적정성 및 공시방법의 적정성을 심의하고 공시 수수료율의 이행실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넷째,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조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손비용, 기간이자, 네트워크 사용료 등 가맹점 수수료 원가산정의 기준을 규정하는 ‘원가산정 표준안 공시’를 제도화함으로써 카드사가 회원 확대를 위해 지불한 마케팅 비용 등을 가맹점 수수료에 전가하는 불합리를 최대한 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맹점이 자기 점포에 적용되고 있는 구체적인 수수료율을 분명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여신전문금융협회가 현행 13개군 업종별 최저·중간·최고 그룹의 평균치만 공시하는 것을 실제 적용 수수료율을 공시하도록 ‘카드수수료율 공시방법’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학계, 전문가 및 국회 등 각계에서도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서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여 소상공인의 수익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입술(소상공인)’이 없어서 ‘이(대한민국 경제)’가 시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이제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