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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소설]세기의 사냥꾼<8978>

총독부의 촉탁 영사 ③

지방 포수들은 엄청난 불곰의 발자국을 보고 몸조심을 하는 것 같았다. “빠질 사람은 다 빠져. 우리끼리 사냥할 테니.” 지서장과 일본인 포수 세 사람, 산림계 직원 한 사람 그리고 일본 포수들이 데리고 온 조선인 포수 한 사람 모두 여섯 명이 사냥에 참가했다. 일본인 포수들은 세 마리의 일본 사냥개 시바이누를 데리고 있었다. 시바이누는 소형 개였으나 일본견 중에서는 가장 사냥을 잘하는 종류로 알려졌다. 그 개들은 이미 일본에서 곰사냥을 한 경험이 있었고 조선에 와서도 강원도에서 곰 두 마리를 잡은 실적이 있었다. 시바이누는 용감하고 기민한 개다. 사실 일본 사냥꾼들은 그 개들을 믿고 있었다. 총을 가진 사람이 여섯 명이나 되었고 개가 세 마리나 있었으니 못할 사냥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동안 잡은 곰은 모두 반달곰이었다. 반달곰은 불곰에 비하면 덩치가 한 둘레 작았고 성질이 온순한 곰이었다. 반달곰은 몸무게가 100㎏이 좀 넘었으나 불곰은 그 두 배나 되었고 성질이 거칠었다. 더구나 그 때는 늦가을이었다. 늦가을에는 불곰이 한창 사나워지는 계절이었다. 곧 동면에 들어갈 곰들은 그전에 많이 먹어야만 했다. 기름기가 많은 먹이를 되도록 많이 먹어 몸에 자양분을 축적해야만 동면해서 겨울을 넘길 수 있었다. 윤 포수는 면장에게 자기는 길주에 있겠다고 말한 다음 떠났고 일본인 사냥꾼들은 식인곰의 발자국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사냥은 처음부터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우선 시바이누들이 엄청난 불곰의 발자국을 보고 멈칫했다. 그때까지 사냥했던 반달곰과는 전혀 다른 발자국이었으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더구나 그 발자국에는 사람의 시신 냄새가 풍겼다. 자기들이 주인으로 모시는 사람이 그 괴물에게 잡아먹혔다. 시바이누들은 발자국 주변을 돌면서 주인의 눈치를 살폈다. “도 시다(왜 이래).” 일본인 사냥꾼들이 개들을 질타했고 개들은 마지못해 추적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냥꾼 자신들도 얼마 가지 못해 추적을 중단했다. 그곳은 최악의 사냥터였다. 늦가을 산에는 사람 키만큼이나 자란 잡초들이 우거져 있었고 사냥꾼들은 그 잡초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곰이 아니라 코끼리가 숨어 있어도 발견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산은 조용했다. 뛰어다니는 다람쥐나 토끼도 없었고 꿩이나 까치들도 날아다니지 않았다. 산에는 무서운 살기가 떠돌고 있어 개들도 사람들도 불안했다. “자, 곰이 도망가지 못하게 옆으로 한 줄이 되어 추적합시다.” 지서장이 호기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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