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독부의 촉탁 영사 ⑦
그 악마와 같은 불곰을 본 일본 사냥개 시바이누는 꼬리를 말고 도망갔으나 윤 포수가 데리고 온 개들은 그렇지 않았다. 몸무게가 고작 35㎏밖에 안 되는 개들이었으나 무서운 투혼이 있었다. 함경도 풍산 첩첩산중에서 태어나 거기서 자란 그 개들에게는 야성의 사냥 본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거기다 그들은 윤 포수로부터 사냥개로서의 훈련을 받았다. 윤 포수는 사냥꾼일 뿐만 아니라 사냥개를 사육하는 전문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개들은 사람들과 협력하여 사냥하는 법을 알고 있었고 자기들의 뒤에는 사냥꾼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쉽게 쓰러뜨리는 마법의 쇠붙이를 가진 믿음직스러운 협력자였다. 개들은 자기 주인을 믿었다. 그리고 악마와 같은 곰에게 감연히 덤벼들었다. 두 마리가 앞뒤에서 협공을 했고 곰이 앞에 있는 개에게 덤벼들면 뒤에 있던 개가 그 뒷다리를 물었다. 곰이 되돌아서 그 개를 잡으려고 하면 앞에 있던 개가 등 뒤에서 덤벼들어 곰을 괴롭혔다. 곰은 분노의 고함을 지르면서 빙빙 돌고 있었으나 민첩한 개들은 잡히지 않았다. 잡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곰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퇴로를 막았다. 곰은 고함을 질렀고 개들은 목이 터지도록 짖고 있었다.
“잘한다. 잘해.” 윤 포수가 그쪽으로 달려가면서 새들을 격려했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고 윤 포수를 따라간 철호 포수는 그런 윤 포수를 보고 크게 놀랐다. 사랑방에 점잖게 앉아 있던 그 양반 어른이 그렇게 빠르게 뛸 줄 몰랐다. 마흔 살이 넘은 나이였는데도 그는 표범처럼 민첩했으며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곰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개들에게 물려 털이 뽑히고 껍질이 찢겨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윤 포수는 냉철했다. 윤 포수가 총을 들어 올려 곰을 겨냥하자 개들이 얼른 좌우로 물러났다. 곰과 맞붙어 싸움을 하고 있으면 사냥꾼의 사격에 방해가 되었으므로 개들은 그렇게 물러나 사냥꾼에게 총을 쏠 기회를 주었다. 그건 사냥꾼과 개들 사이에 맺어지고 있는 약속이었다. 윤 포수는 10m쯤의 거리를 두고 곰과 대치했다. 개들은 빠지고 곰과 사람이 맞대결을 했다. “이놈, 불 받아라.” 윤 포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에 놀란 곰이 반사적으로 벌떡 두 다리로 일어섰다. 윤 포수는 총을 들어 올렸다. 그의 총은 예사 총이 아니었다. 그 당시 포수들은 산탄총을 쓰고 있었으며 사정거리가 길고 파괴력이 훨씬 강한 라이플은 조선인들뿐만 아니라 일본인 포수들도 소지를 할 수 없었다. 요인(要人) 암살용으로 쓰일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