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홍봉길·이애순씨 수거한 재활용품 팔아 남몰래 선행
40여년 전 지독한 생활고 주변 도움으로 일어선 기억 간직
“전 재산 350원이던 시절 떠올리며 힘 닿는 데까지 돕고파”
“전 재산 350원이었던 시절 떠올리며 어려운 이웃들 힘 닿는 데까지 도울 겁니다.”
폭설 후 칼바람이 매서웠던 13일 오후 춘천시 석사동 주택가 골목.
두툼한 점퍼를 차려입은 홍봉길(75)·이애순(여·69)씨 부부가 이날 오전 동네주변을 돌며 수거한 폐지를 정성스레 정리하고 있었다.
바로 옆 9㎡의 창고엔 40병들이 공병 3상자와 헌옷 3부대, 불법 광고 전단지와 폐지 등이 발 디딜틈 없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시에서 지급되는 불법 광고 전단지 보상금 7만원과 수거한 공병과 폐지 등을 판매한 수익금은 매달 15만원 남짓. 홍씨 부부는 이렇게 얻은 수익금으로 매달 초 라면과 쌀을 구입해 조손가정이나 한부모가정 등 동네 어려운 주민들에게 전달한다.
이들 부부가 남몰래 선행을 베풀게 된 것은 과거 찢어지도록 가난할 때 주위에 따뜻한 이웃들의 도움으로 일어섰기 때문. 전북 순창군에서 양복점을 운영하던 홍씨 부부는 1973년 기성복의 등장과 4남매의 양육 등으로 생활고를 겪다가 무작정 서울 서대문구로 상경했다.
홍씨는 “야간열차에서 내렸는데 전 재산이 350원밖에 없었다”며 “어떻게 살지 막막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서울에 정착할 당시 이들 부부의 어려운 사정을 들은 소금공장 사장이 장사해보라고 소금을 무료로 대여해 준 것이 가난을 이겨내고 일어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다.
이후 홍씨 부부는 서대문구 전통시장에서 소금장사부터 시작해 건어물, 반찬 판매 등으로 자수성가했고 살던 곳이 개발되면서 2007년부터 춘천에서 살고 있다.
이씨는 “TV나 주민들을 통해 동네에도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어려운 시절이 떠올랐다”며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매일 동네주변을 돌며 폐지와 헌 옷 등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말했다. 홍종윤 석사동장은 “노부부가 매일 동네를 돌며 불법광고물과 폐지 등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것만으로도 동네가 깨끗해져 감사할 따름인데 수거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남몰래 선행까지 하는 모습은 주민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모기자 kmriver@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