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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넛지 효과'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국제공항은 남자 소변기 한가운데에 자그마한 파리를 그려 넣었다. 지저분한 변기로 고민하던 끝에 생각해낸 처방으로 매우 재미있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은 소변을 보며 파리 그림을 맞히려 했고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은 80%나 준 것이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등과 같은 글을 붙여 놓았을 때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낸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그릇에 양이 많아 보이는 음식을 먹게 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부드러운 개입으로 선택을 유도하는 이른바 '넛지(Nudge) 효과'의 사례들이다.

수년전 이러한 넛지 효과는 여러 사례를 통해 한국에 이슈가 됐고 지금도 이러한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위를 환기시키다'란 뜻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서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옆 사람의 팔을 잡아끌어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단지 팔꿈치로 툭 치면서 어떤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넛지 효과는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와 카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공저 '넛지'에서 소개된 이후 널리 알려지게 됐다. 강요에 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택을 이끄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사회가 민주화되고 발전할수록 많은 의견의 차이가 존재하며, 실제로 이러한 이견을 좁히는 수단을 만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분명 가치가 있고 해야 할 명분이 있음에도 눈앞의 개인적 이득과 편리를 위해 일어나는 갈등의 요소도 존재한다. 이런 경우 각종 규제나 제약의 기술로는 풀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넛지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문화예술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최근 문화예술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각종 도시재생사업이 그러하고 도시마다 진행하고 있는 '걷고 싶은 거리 사업'들이 그러하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도시, 마을, 관광 관련 사업들은 하드웨어적 기능을 우선시 하는 실정이고 보면 문화예술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담론과 토론이 필요한 상황이다. 도시발전을 위한 사업에 문화예술의 다양한 효용 가치를 제대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문화 예술인들의 창조적 예술관이 필요하다. 예술적 상상력은 다양한 사회적 기능의 모티브를 제공하고 시민들의 쉽고 즐거운 참여로 이어지며, 이것이 바로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기능적 생산을 하고 한계에 부딪히고 나서 문화예술을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것은 상책이라 할 수 없다. 각종 도시와 관련된 규제나 도시미관, 공공 캠페인 등 다양한 분야에 문화예술인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문화예술인들은 우리가 가지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감성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을 보태 줄 것이다. 이러한 예술적 상상력은 기능으로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편리를 제공할 것이며, 이러한 심적 풍요로움은 결국 도시의 경쟁력이 되고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도시가 되도록 할 것이다. 보다 다양한 분야에의 문화예술인들의 참여가 넓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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