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각본 목판 잘리고 훼손
고미술상 통해 日서 입수
귀중한 문화재 피해 씁쓸
조선시대 소설 출간을 위해 제작된 방각본(坊刻本) 한글소설 목판이 잘리고 훼손된 채 일본식 보석함 재료로 전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원주 고판화박물관(관장:한선학)이 한글날을 맞아 최근 공개한 일본식 보석함은 가로 14.5㎝, 높이 7㎝ 크기로 방각본 목판 여러장을 자르고 주칠(朱漆)을 입혀 만든 것이다. 방각본은 민간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간행한 책으로 방각본 한글소설은 50여종 200여책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책 한 권을 펴내기 위해서는 목판 여러 장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수천점 이상 남아있어야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거치며 대부분 사라지고, 현재 불과 3점의 방각본 한글소설 목판만이 남아있다. 19세기 한글소설 출판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보석함 상자에는 방각본 한글소설 목판이 모두 5장 사용됐다. 완판본 한글고전소설 '소대성전'이 뚜껑으로 쓰였고, 앞면은 완판본 '심청전', 옆면은 '삼국지', 뒷면은 '초한전' 등이 사용됐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은 “최근 일본을 왕래하는 고미술상을 통해 방각본 목판 보석함을 입수했다”며 “일본에 의해 문화재가 훼손된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한편 고판화박물관은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나무와 칼의 예술-동양명품 고판화 특별전'을 통해 일본식 보석함을 선보인다.
최영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