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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가리왕산 복원하되 이용가치 충분히 살려야 한다

평창올림픽 알파인스키장이 건설된 정선 가리왕산의 훼손과 복원을 두고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해발 1,561m의 가리왕산은 천혜의 원시림으로 산림청이 2008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올림픽이라는 국가대사를 치르기 위해 복원을 전제로 일부 보호구역을 해제하고 올림픽경기장을 건립했다.

남녀 코스를 하나로 통합하고, 스타트 지점도 당초 중봉(해발 1,420m)에서 하봉(1,370m)으로 정하면서 산림 훼손을 33㏊에서 23㏊로 30% 줄였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연유산에 축구장 66배에 달하는 넓이의 심각한 생채기를 남겼다는 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봉부터 도착지점까지 폭 55m, 길이 2,850m의 스키 슬로프를 만들기 위해 땅을 2m 깊이로 팠다. 각종 시설물을 짓고 곤돌라와 리프트를 세울 지주를 수십개 박기 위해 발파, 흙깎기, 흙쌓기 공사와 땅 다지기 등도 진행됐다.

이 때문에 수백년 동안 자리를 지켜 온 수만 그루의 천연림이 사라졌다. 주목 자생지뿐 아니라 자생종으로 희귀종에 속하는 개벚지나무와 사시나무의 남한 최대 군락지도 크게 훼손됐다. 그나마 현지에 자생하는 주목과 신갈나무, 사스레나무 등 200여 그루는 이식 대상 수목으로 정해 옮겨놨지만 이마저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부분 고사해 복원을 약속한 정부의 생태 복원에 대한 의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키장이 조성된 가리왕산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이는 거의 없다. 원주지방환경청도 환경영향평가 협의 당시 “복원보다는 복구 개념이 적절하다”고 밝혔을 정도다. 토양구조와 지하수, 산의 미세기후까지 뒤흔든 가리왕산의 복원은 쉽지 않다. 그러나 가리왕산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반드시 복원돼야 한다.

가리왕산 복원에는 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올림픽 성공 개최에만 집중한 중앙정부와 강원도는 이에 대해 '나 몰라라' 손사래를 치고 있다.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대회를 열었던 일본은 대회를 위해 스키 슬로프를 건설하며 자연을 크게 훼손한 뒤 생태복원센터까지 만들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복원작업에 나서고 있다. 시계추를 돌릴 수 없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가장 중요한 숙제는 복원과 사후 활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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