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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연구원 한명 없는 율곡연구원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

우승룡 강원일보 영동총지사장

예산 턱없이 부족

율곡학 계승 지원

정치권 관심 촉구

나라가 위기에 처할수록 성현들이 생각난다. 2일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명단)에서 배제하는 등 한일 관계가 꼬여가고 있는 시점에서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던 율곡이 더 그리워진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산업화·민주화 이후 큰 정치적 변화를 겪고 있다.

정신적 문화는 사라지고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는 현실 속에 율곡 이이는 우리가 추모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강릉에는 율곡 이이 선생의 탄생지인 오죽헌이 있다. 그 오죽헌 앞에 율곡 선생의 사상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93년 설립된 율곡연구원이 있다. 율곡연구원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운영비가 없어 직원 6명의 인건비도 못 줄 형편이라고 한다.

반면 퇴계 이황의 고향 경북 안동에 위치해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은 1995년 설립돼 주로 퇴계학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근무인원이 57명, 연구직이 15명으로 국학연구, 국학자료수집, 교육연수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예산만 276억원이다. 국비 123억원, 경상북도 도비 72억원, 안동시 시비 32억원, 자체 수익사업 48억원으로 퇴계선양 사업을 한다.

그러나 2년 먼저 설립한 율곡연구원은 올해 예산 4억8,000만원 중 강릉시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고 자체 예산이 1억원이라고 하니 기가 찰 지경이다. 이럴 거면 아예 폐쇄시키든가 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주로 퇴계학을 연구하는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런 사태의 1차 책임은 강원도와 강릉시, 율곡연구원 모두에 있다고 본다. 가뜩이나 중앙무대에서 힘없는 강원도이지만 선인들의 얼을 선양하는 사업에서도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

우선 강릉시민들조차 율곡연구원의 존재를 잘 몰랐고 도지사, 시장, 국회의원의 관심과 적극성이 없었다. 정치권 인사들은 자신들의 권력이 지속되는 것만 생각하고 업적이 잘 보이는 건설사업이나 성과 위주 일만 주로 하지 정신문화계승이나 전통문화 국학연구 이러한 것에는 관심이 없다.

퇴계는 1,000원권, 율곡은 5,000원권 지폐의 주인공이다. 또한 한국의 수도 서울의 도로명에 퇴계로, 율곡로가 등장하고 있으니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는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강릉에도 율곡로가 있고 율곡초교, 율곡중이 있다. 이 시점에서 율곡을 다시 안타깝게 하는 것은 강원도민, 강릉시민이 율곡에 대한 가치를 알면서도 예우는 퇴계 선생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안동을 대표하는 퇴계 이황 선생과 강릉을 대표하는 율곡 이이 선생의 얼을 선양하는 규모는 너무 편차가 크다. 올해 선양사업 예산이 퇴계 276억원과 율곡 4억8,000만원. 예산만 봐도 화가 치밀지 않는지?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율곡연구원의 직원을 20명 정도로 늘려야 한다. 연구원 한명 없는 율곡연구원이 무슨 연구원인가?

율곡연구원은 설립 후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율곡 선생의 학술사상 위학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사업을 해 왔다. 이제 강릉은 한국 정신문화의 메카로 자리매김돼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역사문화에 대한 주체적인 계승작업이 필수적이다.

율곡연구원이 이 역할을 더 잘할 수 있게 후원과 지원을 해줘 강원권역의 대표 연구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경북과 강원, 안동과 강릉, 이 작은 사례에서 강원도민은 어찌해야 하는가?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시장·군수, 도의회, 시·군의회 등 정치인들은 이제라도 전통문화진흥기관을 육성·지원하는 데 지극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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