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체, 사회적 관점의 효시는 마을·부락이다. 특정 공간에서 공통의 가치와 유사한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점에서다. 이를 기조로 공동체 개념을 체계화한 이가 독일의 사회학자 퇴니에스다. 그는 공동사회를 이익사회와 구별했다. 구성원들 간의 관계가 훨씬 긴밀하고 결속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지역구 획정의 문제가 노출되면서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되짚어 보게 했다. 선거구를 위한 지역 쪼개기, 꿰맞추기가 상식을 벗어난 탓이다. 전남 순천시 해룡면의 경우 광양-곡성-구례 선거구에 편입됐는가 하면 춘천시 면적의 60%를 차지하는 강북지역은 철원-화천-양구와 합쳐져 타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를 뽑아야 하는 지경이다. 또 하나의 지역구 명칭은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인데 유권자는 춘천시민뿐인 기현상이 발생했다. 하여 '유령선거구'라 비유한다.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특정인에게 유리한 자의적인 선거구 조정)'이라는 용어가 제철을 만났다. 선거구 법정주의에 위배된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게리맨더링은 1812년 미국 공화당 소속의 E 게리 매사추세츠주지사가 법을 개정, 주 상원의원 선거구를 자신이 속한 당에 유리하게 조정한 데서 촉발된 용어다. '보스턴가제트'의 시사만화가가 그린 만평에서 유래했다. 도마뱀 형상의 선거구 모양을 두고 전설 속의 '도롱뇽 괴수' 샐러맨더를 닮은 걸 풍자, 힐난한 그림이었다. 의도인인 주지사 이름(게리)과 괴수의 이름(샐러맨더)을 합성한 신조어 '게리맨더링'이 여기서 탄생했다. ▼속설 '이현령비현령(耳懸鈴 鼻懸鈴)'의 경우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것이다. 기존 지역구를 해체, 시·군 지역을 이리저리 꿰맞춰 놓으니 주민, 유권자들이 “유린당했다”며 불만을 표출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선거 결과는 예측불허지만 사정·정서에 따라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공동체의 세 요소 △지리적 공간 △사회적 상호작용 △공동의 연대가 이합집산인지 합종연횡인지 헷갈린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