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때면 매캐한 연기 방에 퍼져
학습공간 없어 먼 도서관 다녀
아궁이 자리 메워 거실 탈바꿈
청소년기 중요 개인 방도 생겨
부모님의 이혼 후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일훈이(가명·17)는 최근까지도 보일러가 없는 집에 살았다. 겨울이면 아궁이에 불을 지펴 나무 타는 냄새가 집 안까지 퍼졌고, 이로 인해 학교에서는 흡연 오해를 받기도 했다.
가뜩이나 좁은 집에서 공부할 공간을 두기는 쉽지 않았다. 평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던 일훈이는 매일 늦은 시간까지 평창읍 내에 위치한 도서관이나 친구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일찍 철이 든 일훈이는 방학과 휴일이면 뇌경색과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를 돌봤고 주중에도 집안일을 도맡았다. 연로하신 조부모님의 건강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쾌적한 주거공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본부장:고주애)는 일훈이를 '내가 그린 집' 대상자로 선정하고 안전과 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훈이가 공사 이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궁이를 가장 싫어하는 공간으로 꼽았기 때문에 이곳을 메우고 기름·연탄 겸용 보일러를 제공했다. 그 위로는 넓은 거실을 만들었다. 커튼을 치고 할머니와 함께 방을 사용했던 일훈이는 이제 널찍한 본인만의 방이 생겼다.
일훈이는 “따뜻한 방바닥이 있는 아늑한 집이 됐다”며 “조부모님과 거실에 앉으니 대화가 늘고 사이도 돈독해졌다”고 했다.
고주애 본부장은 “강원도는 주거빈곤이 전국 3위에 해당하는 만큼 심각한 상황이기에 강원도 주거빈곤아동 실태조사 및 연구를 직접 진행하고 있다”며 “도내 3만1,339명의 주거빈곤 아동들이 모두 최저주거기준 이상의 집에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수빈기자 forest@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