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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가상화폐와 소프트웨어 교육

고영웅 한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학장

최근에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뜨겁다. 국가 통화별 비트코인 거래량을 기준으로 원화가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명목GDP 세계 순위 10위 근방인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하면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가상화폐에 대한 평가도 극과극이다. 가상화폐는 가치를 갖고 있지 않은 투기 자산에 불과하다는 주장부터 전세계의 금융거래의 핵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투자 대상이라고 보는 긍정적인 의견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1991년 리눅스 운영체제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자. 당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 운영체제 3.0이 출시돼 개인 컴퓨터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유닉스 계열의 시장에서는 BSD를 포함해 쟁쟁한 유닉스 운영체제가 서버 분야에서 폭 넓게 사용되고 있었다. 아무도 개인이 만든 장난감 같은 운영체제가 지금처럼 스마트폰의 핵심 운영체제로, 그리고 대부분의 서버 시장과 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리눅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스를 개방해 다수의 개발자가 자유롭게 참여하고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가 큰 역할을 한 것이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든 비트코인도 오픈소스로 개방돼 다수의 개발자가 계속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탈중앙적 분산화 시스템을 만들어 왔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형태의 기술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고 리눅스와 같이 30년의 역사가 지나게 되면 전혀 새로운 형태의 모습으로 진보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현재 비트코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정확한 답을 찾지 못했고 단지 가치 저장 수단으로만 평가돼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크게 아쉽다.

이에 필자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미래의 금융시스템은 비트코인과 유사한 형태 또는 크게 진화된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으로 발전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작성돼 있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플랫폼의 소스코드에 우리나라의 2030이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고 기술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코드를 읽고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필요하다.

2015년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사업이 시작된 이후 본 사업에 참여하는 40개의 대학의 교육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정부에서 지원한 지원금으로 학생들이 24시간 모여 소프트웨어 활동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빌리지 공간이 창출됐고 이곳에서 열정적으로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캡스톤 경연대회를 준비하는 모습을 늘 볼 수 있다. 또한 인문계열, 사회계열 등의 비전공 학생들도 프로그래밍 교육이 보편화돼 각 영역에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거나 소프트웨어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을 가지게 됐다.

비트코인이 가동된 후 벌써 13년이 지났다. 우리는 가상화폐의 부정적인 투기 이미지에 의해 가려진 핵심 기술을 놓치지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 세계적인 천재들이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 우리는 늘 박수 치고 쫓아 왔다.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큰 변화를 보면서 대한민국에서도 이제는 비탈릭 부테린과 같은 천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창의적인 인재는 질 높은 체계적인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양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사업과 같은 전략적인 정부 시책이 지속성 있게 운영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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