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4만명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영국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 복귀에 들어간지 3개월이 지났다.
영국은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먼저 접종한 국가다.
모임 인원에도 제한이 없어서 사적 모임과 대면 행사가 다시 가능해졌고 축구장에선 수만명이 모여 큰 소리로 응원한다.
아이들이나 백신접종자는 확진자와 접촉해도 자가격리 대상이 아니고 해외여행을 다녀와서도 마찬가지다.
학교 수업은 교실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이뤄진다. 다만, 교실은 환기를 자주 해야 하고 중고생 이상은 주 2회 신속검사를 자율로 한다.
대규모 행사장에선 백신 접종 증빙이나 코로나19 음성결과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엄격히 관리하진 않는다. 박물관 등에선 시간당 인원 제한이 있어서 일찍 자리가 동날 때도 있다.
영국은 100명당 백신 접종횟수가 25회에 다다르자 올해 2월 22일 코로나19 봉쇄 해제 로드맵을 내놨다. 그에 따라 3월 8일 등교수업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규제를 풀었다.
3월 29일부터 6인이하 실외 모임과 야외 운동이 허용됐고 4월 12일에 상점이 문을 열어 식당 야외석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5월 17일에 식당 실내에서 식사할 수 있게 됐고 비필수 목적이 아닌 해외여행이 가능해졌다.
당초엔 6월 22일을 코로나19에서 해방되는 '자유의 날'로 정했으나 델타변이 추이를 보느라 7월 19일로 4주 늦췄다. 당시 접종완료율은 성인의 약 70%였다.
규제를 풀면서 예상됐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는 감수해야 했다.
인구가 약 6천800만명인 영국은 5월 3일엔 하루 확진자가 1천649명으로 내려갔는데 7월 17일엔 5만4천674명에 달했다.
이후 방학과 휴가 등의 영향으로 2만명대 초반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증가해서 한동안 3만명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나 최근엔 4만명대 중반으로 상승했다.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한 초반엔 밀접접촉 자가격리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슈퍼에 직원이 없어서 식료품 매대가 비거나 심지어 지하철 운행이 축소되고 쓰레기 수거조차 잘 안 됐다. 그러자 정부는 밀접접촉자 자가격리를 폐지해버렸다. 그러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여파까지 겹치면서 지금까지도 트럭 운전사 등 인력부족으로 병목현상은 해결되지 않았다.
영국정부는 하루 사망자는 100명대에서 유지되고, 입원 환자도 1천명을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는 여전히 상황을 안정적으로 보고 있다.
겨울에 대비해 50세 이상 부스터샷과 12∼15세 백신 접종 결정을 내렸고 상황 악화에 대비해 마스크 재착용, 백신패스 도입 등과 같은 '플랜 B'를 마련해뒀다. 현재 접종 완료율은 12세 이상 인구 기준 약 80%다.
영국정부는 추가 봉쇄 카드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유지, 자영업자 지원 등에 재정을 쏟아부어서 더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의료체계 지원 등 뒷수습을 하기 위해 세금인상을 하는 단계다.
이지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