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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이코노미 플러스]부모님 유기농 고집 이어받아 농작물 고유의 향 발현 성공 유명 업체들과 잇단 협업

`아이디어 반짝반짝' 로컬벤처기업-영월 그래도팜

◇그래도팜 토마토 브랜드 ‘토마로우’ 로고. ◇영월군 주천면에서 38년째 전통적 유기농법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그래도팜 농장 내 토양전시관(왼쪽 사진)과 토마토 육묘장.

전통 재배방식서 사업성 발견

토양 생명력 복원 생산성 제고

토마토·비트 매출 꾸준히 상승

체험공간도 설치 발길 이어져

영월군 주천면에는 2대에 걸쳐 무려 38년째 전통적 유기농법을 지켜오며 신선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농장이 있다. 토양의 생명력에 집중해 자연과 인간 모두가 상생하는 농업의 미래를 그려가는 업체, 그래도팜이다.

■토양에 집중한 유기농법에서 사업성 찾아=그래도팜 원승현(39) 대표는 영월로 내려오기 전까지 서울에서 일하던 디자이너였다. 업체 이미지에 맞춰 브랜드를 구축하고 패키지를 디자인하는 일을 했다. 영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긴 했지만 지방에서 일을 할 계획은 없었다. 그러나 이직 준비 기간, 영월 본가에 머물며 부모님의 농장 일을 돕던 중 생각을 바꾸게 됐다. 1983년부터 30년 넘게 한 자리에서 고집해 온 부모님의 유기농법을 ‘브랜딩’의 관점에서 지켜보며 그 속에 숨어 있는 가치와 사업성을 발견한 것이다.

원 대표가 보기에 기존의 유기농, 자연재배는 토양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경향이 컸다. 국내 토양 베이스와 해외의 토양은 큰 차이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으로 해외의 자연농, 유기농 재배법을 따르는 사례가 많았다. 국내 환경에 맞는, 건강한 토양과 생산성 둘 사이의 접점을 지키는 제대로 된 유기농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에 걸맞은 예시가 부모님이 지켜온 주천 농장에 있었다.

진짜 유기농법을 이어 가겠다는 사명감으로 농장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많은 사람을 만나며 농법을 알리는 것과 작물을 잘 돌보는 것.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다보면 작물을 기르는 일이 소홀해졌고, 작물에 집중하다 보면 활동범위가 좁아졌다. 이에 원 대표는 사람들이 직접 농장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부터 농장을 단순히 작물을 기르는 공간을 넘어 체험의 공간, 모임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그래도팜’이라는 브랜드까지 탄생시키게 됐다.

■고유 향 살아 있는 농산물에 컬래버 제의 이어져=그래도팜의 주요 상품은 토마토, 비트 등 농산물이다. 언뜻 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그대로 살아 있는 작물 고유의 향이 포인트다. 화학 비료를 최대한 배제하고 토양관리에 힘을 쏟아 기른 결과, 식재료의 향이 그대로 발현된 것이다. 맛 좋고 향 좋은 농산물로 유명세를 타면서 생산물 판매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상품성을 알아본 유명 식당, 셰프, 요리 관련 잡지, 식품업체의 컬래버 문의도 이어지는 추세다. 서울 파머스마켓 ‘마르쉐 앳’에 출점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샘표식품과도 협업했다.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로도 컬래버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그래도팜은 ‘땅이 살아야 식물이 살고 식물이 살아야 사람이 살고 사람이 살아야 땅이 산다’는 상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스탠드 우드 모빌, 폐비닐을 재활용한 젠가 등 컬래버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지역자원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 목표=원 대표의 앞으로 목표는 식재료, 농업, 토양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람들에게 맛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미각 테이스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토마토를 품종별로 맛보고 인상, 식감 등을 상세히 표현해 자료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씨앗이 열매가 되고 열매가 다시 씨앗이 되기까지 긴 과정을 따르는 장기 가드닝도 구상 중인 프로그램 중 하나다. 사람들의 일상이 흙에서 멀어지면서 농업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조차 경험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주천면에 위치한 현대미술관 Y파크를 비롯해 영월의 23개 박물관, 미술관, 천문대, 문학관, 역사관 등 다양한 문화 교육공간과의 협업을 설계 중이다.

원승현 대표는 “부모님께서 1983년부터 유기농을 해 오면서 가장 많이 하셨던 말씀이 그래도 해봐야지, 그래도 어쩌겠냐, 그래도 먹는 음식에 그럼 쓰냐였다”며 “그런 부모님의 고집과 철학을 이어 가겠다는 마음으로 ‘그래도팜’이라고 이름을 지은 만큼, 어려움에도 타협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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