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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비만은 질병이다

김지훈 강릉아산병원 외과 교수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2021 지역건강통계를 보면 강원지역의 자가보고 비만율은 34%로 나타났다. 다행히 2018년까지 도맡았던 부동의 1위 자리는 제주도에 물려주고 2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제주도가 32.6%에서 36%로 큰 폭 상승한 ‘덕’이다. 전국 평균인 32.2%보다는 매우 높다.

강원도의 비만율은 비단 높은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의학적 치료의 접근성이 도시지역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비만은 관련 합병증의 위험도를 증가시키고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 특히 고도비만의 경우 의학적 관리와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병’이다.

비만의 기본적인 치료 방법은 에너지 섭취량을 줄이는 식사치료와 활동량을 늘리는 운동치료 그리고 이 두 가지를 혼합하여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행동치료다.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의 고도비만 환자에게는 비만대사수술만이 효과적인 표준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만대사수술은 ‘비만수술’과 ‘대사수술’을 통칭해 일컫는 용어로 체중 감량과 동시에 당뇨, 고혈압 등 대사질환의 개선 및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수술이며, 크게 식이량 제한술식과 흡수 억제술식으로 구분된다. 모든 수술 과정은 최소침습수술인 복강경수술로 진행되며 관련 합병증 발생비율과 사망률은 외과 영역에서 시행되는 충수돌기 절제술, 담낭 절제술 등의 수술보다 낮은 수준이다.

비만대사수술은 비수술적 치료에 비해 체중 감소 효과가 뚜렷하다. 평균 25~30% 정도의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수술 후 1년~1년 6개월 이내로 최저 체중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소화기관의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 위장관 및 인슐린 호르몬의 변화, 기초에너지 소비량 증가, 장내 담즙산의 농도 및 장내 세균총의 조성 변화 등을 유도해 장기적인 체중 감소 및 유지뿐만 아니라 대사질환의 완치 또는 조절을 용이하게 한다.

국내에서는 비만대사수술의 치료 효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다양한 근거가 인정되면서 2019년 1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체질량지수(BMI)가 35kg/㎡ 이상이거나, 30kg/㎡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질환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률 20%가 적용된다. 또한 기존 내과적 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체질량지수(BMI)가 27.5kg/㎡ 이상이면 대사수술 진행 시 80%만 부담하면 된다.

비만대사수술은 외과를 포함해 내분비내과, 신경과, 심장혈관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마취과 영양팀 등 전문 의료진의 긴밀한 협진이 필요한 치료다. 고도비만환자 중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은 물론 수면장애, 심장혈관질환,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강원지역에서도 비만대사수술센터를 새롭게 갖추는 등 다학제 진료가 가능한 지역 거점 병원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강원지역의 치료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만대사수술은 비만치료를 위한 최후의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비만은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완치가 힘들고 삶의 질과 생존기간에서 많은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특히 수차례 약물요법, 식이요법, 운동요법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 단순히 체중 증가 이상으로 여러 대사질환이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으로 인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비만은 적절한 의학적 개입으로 해결해야 하는 ‘질병’임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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