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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양양 송이

1975년께 양양송이 가격은 최상급이 한 근(600)에 2만~3만원 정도였다. 화폐가치를 감안하면 지금 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당시는 양양송이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은 산림법으로 금지돼 있었다. 외화 수익이 필요한 시절인 만큼 전량이 일본으로 수출됐다. 자신들이 채취한 송이를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먹이는 것도 법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절이었다. 당시 송이 한 꼭지면 소고기 한근을 바꿔 먹을 수 있었으니 양양송이는 그때도 귀물이었다. ▼양양송이 발생량이 10여년 전부터 급감했다. 가을을 맞아 휴가를 내고 산에 올라 어린 시절 찾았던 송이를 따러 갔더니 딱 일곱 꼭지만 딸 수 있었다. 기후변화의 탓이 가장 크다. 수십년을 가을이면 송이산에 올랐는데 언제부터인가 송이가 안난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늘어난 이산화탄소 배출 등이 송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바꾼 것이다. 송이가 자랄 수 있는 기온을 기후변화가 바꾼 것이다. 또 하나의 원인은 소나무의 고령화다. 어릴 적 올라가 앉아 월말고사 공부를 했던 소나무는 너무 커 버렸다. 올라갈 수 없을 정도다. 우리 사회를 보는 듯하다. ▼기후변화와 사회적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양양송이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1970년대의 어머니는 채취한 송이를 한번에 못 날라 3㎞가량 떨어진 집까지 두번을 오가기도 했다. 당시의 송이 가격이 지금과는 달랐지만 송이 한 꼭지로 자식들에게 소고기 한 근을 먹일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때의 부모들 마음이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 듯하다. 한국사회의 고령화는 심각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아이에게 소고기를 먹이기 위해 송이를 따러갈 수 있는 부모도 없어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와 고령화는 오래전부터 사회적 이슈이지만 근본적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정치인들도 자신의 정권 유지·연장을 위한 말장난과 권모술수가 아니라 인류·국민을 위한 정책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규호부국장·hokuy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