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출신 소설가 강기희의 단편 ‘북소리’는 1894년 역사 속에 강원도에서 실제 벌어진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1889년 정선민란의 내용도 소설 안에서 언급된다. 소설의 화자는 정선 유생원집의 노비로 살고 있는 석태와 창수. 이들은 봉기를 일으켜 강릉을 친다는 내용의 사발통문과 함께 울려 퍼지는 북소리를 좇아 출정을 결심한다. 이때 그들의 나이는 열넷. 석태와 창수는 사람이 하늘처럼 대접받는 세상을 꿈꾸며 동몽군(童蒙軍·미성년자로 구성된 부대)이 돼 지왈길의 휘하에 들어간다. 여기서 나오는 인물 지왈길은 정선 출신의 동학농민군 지도자로 실존하는 인물이다.
소설 속 내용도 지왈길이 이끄는 정선, 영월, 평창, 강릉의 농민군이 갑오년(1894년) 9월4일(소설 속에서 이들이 강릉으로 향하는 날짜는 9월3일로 나온다) 강릉관아를 점령한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강원도의 동학농민군들은 원주의 강원감영을 치고 한양으로 진군하는 계획을 세우지만 외세와 민보단(농민군 진압을 위해 유생들이 조직한 군대)에 의해 패퇴한다. 이 시기 지왈길은 민보단에게 잡혀 죽임을 당하고 만다. 석태와 창수도 전쟁 중에 붙잡혀 갖은 고문을 당하게 된다.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끝내 오지 않는가” 라며 울부짖는다. 소설의 내용은 강기희의 또다른 단편 ‘동몽군’과도 결을 같이한다. 이처럼 강기희가 보여주는 소설의 서사는 자신의 고향 정선을 중심으로, 강원도의 실제 지명들을 곳곳에 등장시킨다. 석태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정암사 적조암, 영월 등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동학인이 됐다는 내용이나 농민군들을 막기 위해 작당을 하던 양반들이 경포호의 정자에서 만나는 모습, 농민군을 몰아내기 위해 수백명의 군사가 강릉 남대천변에 모여드는 장면 등이 그렇다.
소설 읽기를 끝내면 마치 타임 루프에 갇힌 것처럼, 절대 극복할 수 없는 현실 앞에 하릴없이 서 있어야 하는 누군가의 모습들이 계속해서 오버랩된다. 역사는 반복이라고 했던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말이다.
이 단편은 강기희의 첫 소설집 ‘양아치가 죽었다(사진)’에 실려있다.
오석기기자 sgto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