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기고

[발언대]글쓰기도 시작이 절반이다

최상훈 철원김화고 교감

인간은 무언가를 누군가로부터 배울 수 있는 학습 능력이 있다. 수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 중에 하나가 '글쓰기'가 아닐까? 나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하는 중요한 언어 전달방식인데. 글쓰기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지금껏 글쓰기 전문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돌이켜보면 점수로 평가받는 과제 완성을 위한 학창시절 보고서 글쓰기가 마지막이었을거다. 어느 날부터 무작정 끄적거림을 시작했다. 어색한 글쓰기에 나름 용기를 부여해 주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하기. 이렇게 좋은 비유가 없다. 그냥 편안하게 써보는 것이다. 화려함에는 못 미치더라도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이 나를 자신 있게 만든 원동력이다. 둘째, 평소에 글감을 잘 찾아 살펴보고 메모하기. 항상 주변에는 항상 수많은 스티커가 어지럽게 붙어있다.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아름다운 자연과 만나는 찰나의 순간에서, 타인과의 대화에서, 방송 중에 우연히 귀동냥한 아나운서의 감미로운 말 한마디에서,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독서 중 내 생각과 같은 문장에서, 취미 생활을 하면서 정리된 지식 속에서. 모든 것들이 내게는 보석같은 소중하고 맛있는 글쓰기 양념들이었다.

셋째, 담백하게 다가가기. 산해진미가 차려진 뷔페식당보다 한 가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속이 느글거리는 기름기를 거두어낸 깔끔한 국밥처럼 담백한 글쓰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넷째, 글맛을 느껴본다는 상상하기. 상상에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을까? 글맛을 보는 행복감. 과거 생각들과 현재의 상상력이 만나 글이 누렇게 익어간다는 것만으로도 무한 행복의 큰 공간에 들어와 있는 것이니까.

다섯째, 마지막에 한 번만 다시 읽어보기. 남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더 좋겠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된다면 내 눈으로 다시 한 번 천천히 낭독하면서 차분하게 살펴보면 살짝 고쳐 쓰고 싶은 어색한 단어와 문장의 한쪽 모퉁이를 만나게 된다.

꼭 감추어둔 글쓰기 비법이 어디 있겠냐마는. 누구에게라도 제일 기본이 되며 중요한 것은 그래도 이것이 아닐까? 시간 날 때마다 타인의 글을 다양하게 읽어보는거다. 아마추어든, 프로작가든, 신문 칼럼이든, 어린 학생의 글이든 상관없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많이 읽고 듣다보면 글쓰기의 근육이 저절로 살아나고 탄탄해진다. 언젠가 만리장성처럼 높아보였던 글쓰기 성문이 조금씩 열린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글쓰기 천재가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수준의 차이를 굳이 고려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글쓰기가 아닐까? 세상에 빼어난 글쓰기를 처음부터 잘한 사람이 있었을까?

가장 많이 본 뉴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