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 생활 주변에서 종종 접할 수 있고, 흔히 들을 수 있는 베이스캠프(base camp)라는 단어가 있는데, 국어사전에, 1)군사적 용어로 외국 군대의 주둔 기지, 2)‘등산이나 탐험을 할 때 근거지로 삼는 고정천막’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삶을 살아오면서 멘토처럼 생각하고 지내 온 분이 인생에는 언제나 필요할 때 써먹을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뒷동산에 오를 때 굳이 베이스캠프가 필요 없지만, 에베레스트 같은 높은 산에 오르거나 전문가들이 등반할 때는 반드시 지쳤을 때 머물며 양식을 공급받을 수 있고 필요한 치료와 동지도 얻을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있어야 한다고...
정작 그 말을 들을 때는 그 의미성과 뜻을 잘 몰랐지만, 자녀들을 키우면서 ‘아!’하고 선뜩 떠올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내 자녀들에게,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부모로서 어떤 베이스캠프를 만들어 주고 캠퍼로서 어떻게 역할을 해 왔는가? 또 어떻게 해야만 우리 집(가정)이 올바른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믿음직한 캠퍼인가? 하고 고민한 적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잠시 주변을 바라보면 내 생각처럼 완벽하고 포근한 베이스캠프가 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평생 독신으로 사는 솔로들이 커플보다 일찍 죽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빅데이터 기반 감정분석전문 스타트업 스캐터랩의 연애의 과학팀은 최근‘솔로들은 빨리 죽을 확률이 높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루이빌 대학의 데이비드 로엘프스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홀로 사는 것보다 가정을 이루며 함께 사는 것이 훨씬 낫다는 사실이다.
가정이라는 공동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가정에 온기가 있어야 가족 구성원간에 힘이 되고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어야 더 깊은 사랑이 생긴다. 필자는 그 온기를 한국인 특유의 마음인 정(情)으로 표하고 싶다. 최근에 아들이 결혼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부모의 슬하를 떠났다. 진정 부모로서 온기있는 가정으로 모범을 보였는지, 또 아들이 가정이라는 베이스캠프에서 마음의 충전을 많이 하고 새로운 출발을 했는지 심경이 복잡하기만 하다. 누군가에게는 집, 누군가에게는 여행지, 누군가에게는 자기만의 아지트,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그 곳, 그 시간과 그 공간이 바로 베이스캠프이다. 누구에게나 쉼표가 필요하듯이, 베이스캠프 역시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일 때문에, 아이들 때문에, 내일이 없는 것처럼 경쟁을 펼치고, 스포츠 경기에서 하듯 쉴틈없이 자웅을 겨루는 사회에서 베이스캠프가 자랄 토양은 빈약하기만 하다. 하지만 목적지가 없어도 된다. 꿈이 있는 사람은 지치지 않고, 쉼과 정이 가득한 베이스캠프가 있는 사람은 시들지 않는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에는, 나만의 베이스캠프를 만들어 내일의 큰 희망을 옹골차게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