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일 원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국내 주요 유업체들이 흰 우유 가격을 올리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 멸균우유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 멸균우유의 소비가 늘어나며 국산우유 소비 감소에 따른 낙농가들의 타격도 우려되고 있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멸균우유 수입량은 1만4,675톤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9,326톤 대비 57.4% 증가했다. 멸균우유는 높은 온도에서 가열한 무균 상태의 우유로 상온 유통이 가능해 흰 우유에 비해 값이 저렴하다.
1ℓ 기준 흰 우유에 비해 1,000원 가량 저렴한 멸균우유를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춘천 온의동에 거주하는 신수현씨는 "멸균우유가 흰 우유와 영양소나 맛 등이 유사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며 "유통기한이 길어 한번에 여러 팩을 사둘 수 있어 선호한다"고 말했다.
반면 낙농업계 관계자들은 멸균우유가 품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건영 한국낙농육우협회 강원도지회장은 "멸균 처리 과정에서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다"며 "제조 공정상 신선도와 풍미 등이 국산 흰 우유가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멸균 우유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산 우유의 가격이 수요와 관계없이 오르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품질 차이를 체감하지 못해 멸균우유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