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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정치권, 경제 시름 ‘설 민심’ 가슴으로 귀 기울여야

치솟는 물가 등으로 국민 마음 불편
대기업 가동률, 반등의 기미 안 보여
여야, ‘민생 살리기'' 대책 마련할 때

설 연휴가 끝났다. 여야 정치인들은 귀향 활동을 통해 파악한 전국의 민심을 점검하고 향후 정국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번 설 명절의 민심은 그 어느 때보다 냉랭했다. 여전히 완전히 가라앉지 않는 코로나19,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등으로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다. 설 연휴 민심을 요약하면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바다.

국민은 2023년 새해에 희망을 엿보지만 기업들은 생존을 얘기하고 있다. 내부 분위기 제고용이나 단순한 엄살이 아니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지난해 472억 달러였다. 우리 경제가 가장 힘들었던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보다 2배가 넘는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률은 -7.2%로 전년도 동기(53.5%)보다 대폭 하락했고 대기업 가동률은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때보다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출은 지난해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고 올 1분기 제조업 체감경기는 2년 만에 최악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 등 ‘빅3’의 경기 둔화로 세계 경제가 더욱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진감래’가 아닌 ‘첩첩산중’이다. 이번 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명절인 데다 코로나 사태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을 받지 않아 정치권은 설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설 민심을 선점하기 위해 여야가 유달리 부산하게 움직인 배경이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걱정을 덜어줘야 할 정치인들은 누구보다도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끝없는 정쟁으로 국민에게 우려와 짜증만 안겨주고 있다.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윤석열 정부는 국정 난맥상을 보이고 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당내 의원들끼리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흙탕 싸움이다. 169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이에 맞선 김건희 여사의 수사 촉구는 정치권의 전쟁터가 됐다. 이러니 민심이 싸늘할 수밖에 없다. 여야 의원들이 확인한 것처럼 정치권의 ‘민생 실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치권에 민생 챙기기와 협치를 주문했다.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에 함몰돼 민생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의원들의 자질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한다”,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허구한 날 제 밥그릇만 챙긴다”는 질타다. 정치권은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국민은 장래에 대한 희망이라도 있으면 힘겨운 현실을 그나마 타개해 나갈 수 있다. 정치가 희망마저 살려 내지 못하면 고통을 참기가 어렵다. 정치의 목적이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또 골고루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면 정치인들은 이번 설 민심에 대해 응답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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