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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난방비 이어 전기·가스·택시·지하철·버스요금·생필품 줄인상…취약계층 '시름'

도시가스·지역 난방비 1년 새 30% 넘게 올라…라면 10% 안팎 오르고 흰우유 1L에 3천원 근접
내달 생수 가격 인상도 예정, 제주삼다수 출고가 평균 9.8% 올려…주세 인상에 맥주·막걸리까지

◇강추위가 찾아오며 난방비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 한 주택 가스계량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연초부터 급등한 난방비가 강추위에 서민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여기에 지하철·버스 요금·가스요금 인상까지 논의되고 있어 취약계층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 도매요금은 주택용을 기준으로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1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5.47원 올랐다. 1년 새 인상률이 42.3%에 달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조사를 보면 작년 12월 도시가스 물가는 1년 전보다 36.2%, 지역 난방비는 34.0% 올랐다.

가스요금의 경우 올해 1분기에는 동결됐으나, 2분기 이후 상당 폭 인상이 예정돼 있다.

전기요금 역시 지난해 4월·7월·10월 세 차례에 걸쳐 kWh당 19.3원 인상됐다. 올해 1분기에는 추가로 13.1원 올랐다.

최근 반년 넘게 이어진 5% 이상의 고물가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줄인상 역시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작년 전체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5.1%였다. 이 중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미친 영향은 0.41%포인트였다.

작년 전기·가스·수도만 따로 떼어 물가 상승률을 계산할 경우 12.6%에 달한다. 전체 물가 상승률인 5.1%를 크게 웃돌뿐 아니라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국제유가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외식 물가 상승뿐 아니라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 '고공행진'에 한몫을 한 것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공공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종류의 공공요금이, 더 큰 폭으로 인상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체감 정도는 물가 지표에 나타나는 것보다 더 크다는 점도 문제다.

필수재인 전기·가스는 최근과 같은 한파 상황에서 절약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요금 인상이 국민에 주는 큰 고통이 더욱 클 수 있다.

올 겨울을 강타하고 있는 최강 한파 역시 소득이 낮은 계층에 특히 큰 타격을 준다. 이들의 소비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작년 1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연료비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0만288원으로 처분가능소득(84만7천39원) 대비 비중은 11.8%였다.

연료비는 냉난방, 취사 등에 지출하는 비용으로 전기료, 도시가스, LPG 연료, 등유, 공동주택난방비 등을 포함한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연료비는 16만6천915원으로 가처분소득(846만9천997원) 대비 지출 비중은 2.0%였다.

2분위가 5.2%, 3분위가 4.0%, 4분위가 3.1%로 소득이 낮을수록 연료비 지출 비중도 커졌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불어닥치며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상 본격 겨울을 맞는 1분기에 연료비 비중이 커지는 점, 1분기에 전기요금 등의 인상이 예고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한파는 서민에 더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 요금을 비롯해 지방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올해 4월부터 지하철·버스요금을 각각 300∼400원 인상하기 위해 내달 초 공청회를 개최한다. 택시 기본요금도 내달 1일부터 1천원 인상된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17개 시도 대부분이 택시·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이미 결정했거나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를 포함해 인천·대전·대구·울산 등 주요 광역자치단체에서 요금 인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인상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어도 요금 인상 폭을 구체화하기 위한 용역 등에 착수한 지자체가 많다.

누적된 인상 요인을 더는 견디지 못한 지자체들이 서울의 요금 인상을 줄줄이 뒤따르려는 모습이다.

여기에 상하수도요금, 쓰레기 종량제 봉투 요금, 주차요금 등 다른 지방 공공요금도 '줄인상'이 예고돼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라면, 우유 등 먹거리 가격 인상이 잇따른 것도 서민들의 주름살을 늘게 만든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주요 라면회사 4곳은 순차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고 팔도와 오뚜기는 지난해 10월 가격을 각각 평균 9.8%, 11.0%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삼양식품 역시 밀가루, 팜유 등 재룟값 상승뿐 아니라 물류비,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올라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우유 원유(原乳) 가격 인상과 물류비 상승 등에 따라 마시는 우유 가격도 지난해 11월 줄줄이 올랐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우유제품 가격을 평균 6% 인상했고 이에 따라 흰 우유 1L(리터) 판매가는 대형마트 기준으로 2천800원대가 됐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역시 흰 우유 제품 가격을 각각 평균 8%, 9.6% 인상했다.

유업체가 우유 가격을 인상하면서 우유가 들어가는 빵, 아이스크림 등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도 확산했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12월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등 제품 출고가를 평균 9.8% 올렸다.

재룟값 상승과 에너지 비용 증가에 따라 겨울철 대표 서민 간식으로 꼽히는 붕어빵 가격도 5년 전에 비해 배 이상 올랐다.

내달에는 생수 가격 인상도 예정돼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내달 1일부터 제주삼다수의 출고가를 평균 9.8% 올린다.

제주삼다수가 국내 생수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후 생수업계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류 가격 인상도 예고돼 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반출·수입 신고하는 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세금을 각각 L당 30.5원(885.7원), 1.5원(44.4원) 인상한다. 주류업체들은 보통 정부의 주세 인상 직후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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