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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근로자 사망사고 원인 보니… “안전모도 안 쓰고 10톤 철강 운반”

[중대재해법 시행 1년] (하) 기업 예방책 마련 시급
강원 중대산업재해 18건 중 17건 위험성 평가 미흡
작업계획서 작성, 안전장비 착용 등 기본 수칙 무시
‘기업 리스크’ 줄이기 위해 안전관리체계 구축 늘려야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상당수 기업들이 근로자 사망사고 예방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 대표 뿐 만 아니라 근로자, 현장 감독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여전히 간과 되고 있는 것이다.

26일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 산업재해로 조사했던 18건 중 17건이 '위험성 평가' '위험 요인 제거' 등 사전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사업주가 안전 조치를 모두 이행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없음'으로 종결 처리된 사건은 1건 있었다. 지난해 2월 홍천의 벌목현장에서 발생했던 근로자 사망 사고의 경우, 사업주가 수구각(벌목 각도) 따기, 대피 공간 확보 등의 안전조치를 모두 이행해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대다수 사업장은 작업 전에 위험 요인을 그대로 방치했다가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A철강 도매업체는 지난해 3월7일 묶음당 1톤이 나가는 각파이프 묶음을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 각파이프 묶음이 넘어지는 위험을 막기 위한 작업계획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불안정하게 쌓아올렸다. 결국 10톤 상당의 각파이프 묶음이 근로자 위로 넘어졌고, 안전모도 쓰지 않고 있던 근로자는 현장에서 숨졌다.

A업체는 영세 사업장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업체 대표는 지난해 12월 춘천지법에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나마 유족 측과 합의한 점이 고려된 결과다.

이처럼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신뢰도 추락뿐만 아니라 벌금, 합의금, 변호사비 등 막대한 사고 수습비용이 들고 있는 추세다. 기업들이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투자, 안전인력 확보 등에 예산을 아끼지 않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한편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주년을 앞둔 26일 성명을 내고 "중대재해법 제정은 중대재해가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기업에 의한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범죄임을 사회적으로 합의한 것"이라며 "중소사업장도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세우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고용노동부 강원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과장은 "사업주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사전 조치를 충분히, 제대로 취했는가는 입건 여부를 결정하는데도 중요한 기준"이라며 "현장을 잘 아는 근로자, 현장 감독자의 의견을 청취해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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