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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검찰 "이재명, 네이버에 시유지 매각 조건으로 성남FC 후원 '구체적 기여' 요구

부지 필요했던 네이버, 민원 한 건당 10억씩 지급…두산건설, 안민석 통해 이재명 만나 로비
이재명, 20쪽 반박자료 "거짓화살에 맞서 싸워달라…진술 방식·내용으로 영장청구는 위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당원들이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민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이 공개됐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4년 8월 네이버가 성남시 땅을 매입할 의사를 보이자 김상헌 당시 네이버 대표에게 "부지를 서둘러 매각할 의사가 없고 다른 기업과 달리 네이버가 성남시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며 "네이버의 구체적 기여 방안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시 네이버는 자체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이 교육부 인가를 받지 못하고 연간 60억∼100억원의 비용까지 드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정식 교육기관(대학원대학) 설립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그러려면 별도의 학교 건물과 땅이 필요했다.

그 무렵 성남FC는 창단 8개월 만에 부도 위기를 맞는다. 성남시장 재선을 노리던 이 대표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성과'를 만들기 위해 성남일화를 무리하게 인수했지만 운영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위기에 처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그해 10월 성남시 관계자를 통해 "네이버가 부지를 우선 매입하기 위해서는 성남FC에 50억원 후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사를 네이버에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네이버는 정자동 부지를 사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 본격적으로 협의에 나섰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네이버 측에 "이재명 시장의 가장 큰 고민이 성남FC의 자금 문제이고 여전히 50억원이 부족하다"며 "이 시장의 임기 내에만 성남FC에 후원하면 된다"고 한 것으로도 파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측은 후원금 액수를 40억원으로 최종 합의했다. 이후 후원금 출처가 네이버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제윤경 전 의원이 운영한 '희망살림'을 거치기로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네이버의 민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후원금을 주는 대신 건물 신축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신축 건물 근린생활시설 지정, 최대용적률 상향 등을 요구해 성남시의 약속을 받아냈다. 후원금은 2015∼2016년 네이버의 민원이 하나씩 실현될 때마다 10억원씩 분할 지급됐다.

검찰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등의 협조 지시를 받은 성남시가 네이버를 적극 도왔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분당수서도시고속화도로 진·출입로 변경을 원하자 성남시는 "주변의 찬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네이버가 이런 '코칭'에 맞춰 주변 초등·중학교 관련 민간단체를 동원해 '자동차 진·출입로 변경이 필요하다'는 탄원서를 내게 한 일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영장 청구서에는 '이재명 성남시'로부터 각종 인허가를 따내기 위한 두산 등 기업의 로비 방식도 상세히 서술됐다.

2013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하고 싶었던 두산건설은 이 대표의 모교이자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중앙대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로비를 벌였다.

이 대표의 은사인 중앙대 법대 교수에게 접근하는 한편, 중앙대 교수 출신으로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에서 활동하는 안민석 의원에게 이 대표와의 만남을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2013년 8월 안 의원 주선으로 마련된 조찬 모임에서 두산건설 측은 이 대표에게 직접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이 대표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정진상과 논의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인허가를 대가로 성남FC 후원금을 받는 행위가 위법한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강행했다고 본다.

두산건설은 정자동 병원 부지를 상업 용지로 용도변경 하는 대가로 자금난을 겪던 성남FC에 후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는데 성남시 직원들은 이런 '거래'가 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11월 직원들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에게 "성남FC는 영리법인이라 현금 형태의 기부는 허용되지 않고, 용도변경과 결부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적법한 수단은 없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보고서에 직접 "용도변경에 따른 이익 중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 보고 바람"이라고 적으며 두산건설로부터 용도변경에 따른 대가를 받아내라고 지시했다.

영장 청구서에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인허가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지 않도록 특히 신경쓰는 모습도 곳곳에 담겼다.

용도변경 협약식을 앞둔 2015년 4월, 중앙대 이사장 등의 뇌물공여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자 이 대표 등은 사업 주무부서에 부지 용도변경을 하반기로 미루라고 지시한다.

이후 관련 의혹이 수그러든 2015년 7월 병원 부지 용도변경과 성남FC 후원금 50억원 분납 등 내용이 포함된 협약을 체결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을 위해 성남FC를 자신의 치적이자 정치운동 도구로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첫 임기(2010∼2014년)에 성남시 직장인 스포츠팀 15개 중 12개를 재정난을 이유로 해체했는데, 재선을 준비 중이던 2013년 성남일화 인수를 전격 결정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시 '성남일화를 인수하지 않으면 시장 퇴진을 추진하겠다'는 지역 축구팬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운영자금도 없이 창단된 성남FC에는 이 대표 지지단체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측근과 가족이 이사·감사로 선임됐고 기존 성남일화 출신 직원들은 쫓겨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는 지지자 중 몇 사람을 골라 주요 보직에 앉힌 뒤 자금과 기업 후원 등 현안 보고를 맡겼다.

이들은 2014∼2018년 14억여원의 급여·성과급을 받았다.

검찰은 또 성남FC 직원들이 이 대표가 출마한 선거에서 선거인단이나 후원금 모금책 등으로 동원됐다고 봤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검찰이 위례·대장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형사소송법과 헌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를 열고 검찰의 구속영장 주요 내용에 대한 반박문 형식의 20쪽 분량의 반박·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는 각 국회의원·지역위원장들에게 보내는 2쪽 분량의 편지글도 포함됐다.

자료에서 이 대표는 "(소환조사 때) 진술은 헌법 및 형사소송법상 권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적법하다"며 "진술의 방식이나 내용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명백히 형사소송법 위반이며 위헌적 처분"이라고 밝혔다.

또 영장에서 자신의 진술에 대해 '구체적 답변 회피', '의도적인 허위 주장'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 점을 언급, "구체적 답변을 회피했다면 의도적인 허위 주장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렇게 모순된 주장을 구속의 필요성 첫 부분에 제시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무리한 청구인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사건에 적용된 배임 혐의를 두고는 "영리 목적 기업의 경우에도 경영자의 경영 판단을 배임으로 처벌하는 경우는 없는데, 공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적 판단을 배임으로 처벌하는 것은 우리 법의 태도에 위배된다"며 "성남시가 5천503억원의 공익을 얻었다는 것은 대법원 판결에서 이미 인정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대부분 혐의사실의 구조가 '다른 이들이 한 일을 이 대표가 보고받거나 묵인했으므로 공범'이라는 식인데, 결국 실행 과정에서 이 대표가 구체적으로 한 행위는 없다"며 "공모를 입증할 증거는 관련자 한두 명의 진술뿐인데,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의 진술은 크게 번복되는 등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구속 중인 측근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에는 "검찰이 신병을 확보한 진술인이라면 검찰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으므로 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검찰은 현직 국회의원이자 제1야당 대표로서 우리나라 최고 정치권력자 중의 한 명이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주장대로면 유력 정치인일수록 구속해야 한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른다"며 "이런 주장을 거침없이 기재한 것에서 얼마나 부당한 정치적 목적으로 청구된 영장인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 대상인 각종 사업에 대한 설명 자료도 첨부해 의혹들을 해명했다.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성남시 도시계획에 맞춰 준주거 용지로 바꿔주고 대신에 1천억원대 벤처 용지 약 8천평을 시가 기부받았다"고 해명했으며,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경우 "유휴 시유지를 호텔 유치를 위해 임대했고, 대부료는 조례에 1% 이상으로 돼 있는데 1.5%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친전에서는 "'유권무죄 무권유죄',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보복 수사에 힘들고 괴로울 때가 많다"며 "그러나 제 부족함으로 인한 대선 패배가 초래한 일이기에 모두 감수하고 당당히 맞서겠다"고 적었다.

이어 "실체적 진실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자료를 보내드리니 꼭 읽어보고 널리 알려달라"며 "진실의 방패를 들어 거짓의 화살에 맞서 싸워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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