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시대, 글로벌 리포트 (2) 포르투갈 마데이라]

포르투갈 마데이라섬의 폰타 두 솔(Ponta do Sol)은 야자수가 늘어선 검은 모래 해변이 아름다운 도시다. 해변 앞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은 대서양의 물결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가 묻어 나온다.
숨겨진 휴양 명소로만 남아있던 폰타 두 솔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2021년 2월 유럽 최초로 디지털 노마드(원격 근로자) 빌리지가 구축되면서부터다. 일과 휴식이 공존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의 개념과 흡사하다.
디지털 노마드가 찾아오면서 폰타 두 솔은 관광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허물어졌다. 바다 건너 이방인들이 체류하고 소비하는 활동은 작은 도시의 경제 활력소가 됐다. 마데이라 주는 디지털 노마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2년 간 137개국의 원격 근로자가 섬을 다녀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마데이라 주의 디지털 노마드 프로젝트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전하던 2021년 시작된 점은 눈 여겨볼 만 하다. 방역에 대한 권한을 자치 주 정부가 지녀 스스로 감염병 확산의 위험성을 판단하고 조정하며 빠르게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굴뚝 없는 산업인 관광은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통한다. 대한민국 관광 수도 강원특별자치도가 자신 있게 내세우는 대표 분야다. 강릉과 속초, 양양은 이미 워케이션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고 올해 8개 시·군이 강원 워케이션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도 워케이션 비자 신설을 발표하며 디지털 노마드를 받아들일 준비에 나섰다.
강원특별자치도는 미래글로벌산업도시 비전 실현을 위해 관광 산업 육성에 매진한다. 산림 분야 특례를 활용한 관광 개발도 가능해졌다. 강원 관광이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워케이션 중심지로 도약할 발판이 갖춰진 셈이다.

■일과 휴양 완벽한 균형=폰타 두 솔은 기암 절벽이 해변과 마을을 품은 듯 바다에서 오목하게 들어간 평지에 자리 잡은 도시다. 인구는 8,000명 뿐이라 도시 시가지라 해도 걸어서 한 바퀴를 도는데 20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고 고요하다.
이른 아침 태양이 떠오르면 디지털 노마드들은 해변에 모여 요가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낮에는 마을 중심부 공유 사무실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며 업무를 처리한다. 일과를 마치면 이들은 다시 바다로 향한다. 석양이 물드는 주말 오후는 바다와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위 호텔 연회장에 모여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 파티를 연다. 폰타 두 솔 전역에 무선 인터넷망이 구축돼 해변과 산책로 어디든 사무 공간이 된다.
디지털 노마드 테오 레포르트씨는 “전 세계로 이동하는 우리는 재정비를 위한 좋은 기반이 필요하고 바다와 산, 저렴한 물가,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폰타 두 솔을 최적의 근무 장소로 꼽는다”고 말했다.
폰타 두 솔 도시도 디지털 노마드에 적응해나갔다. 1년 내내 해변 관리가 이뤄지고 해양 레포츠 공원을 만들며 환경 개선에 힘썼다. 렌터카, 의료, 법률, 세무 등 서비스 분야의 접근성도 높였다. 이방인들을 위해 지역 식당은 채식, 할랄 식단을 준비하고 호텔은 장기 숙박 상품이 보편화됐다.
파브리시오 호드리치 시청 행정관은 “바나나 농업을 주업으로 삼던 도시가 행정과 민간 모두 디지털 노마드 공동체에 맞춰 변해왔다”며 “시설 개선에 그치지 않고 축제를 늘리고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해 체류 연장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240억원의 경제 효과=마데이라 주의 디지털 노마드 포르젝트는 폰타 두 솔의 매력에 빠진 디지털 노마드 곤살로 홀의 머리에서 시작했다. 그의 제안으로 2020년 11월 마데이라 자치주와 산하 기업인 스타트업 마데이라가 프로젝트 개발에 착수했고 2021년 2월 디지털 노마드 빌리지를 열었다. 폰타 두 솔과 포르투 산토 도시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한 프로젝트는 어느새 마데이라 내 8개 도시로 확장됐다.
지금도 스타트업 마데이라는 디지털 노마드 국제 플랫폼과 연계해 폰타 두 솔의 생활 정보와 정부 지원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해당 국제 플랫폼 내에서 마데이라는 100위권 밖의 위상이었지만 상위 10위권의 추천 체류지로 성장했다.
디지털 노마드는 통상 1~3개월 이 곳에 머무른다. 마데이라 주 정부는 2021년과 지난해 137개국 연인원 1만6,000여명의 디지털 노마드가 마데이라 섬을 다녀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매월 1,000명 안팎의 근로자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디지털 노마드가 유입되면서 창출되는 연간 경제 효과는 240여억원에 달한다.
디지털 노마드의 숫자가 늘자 이들의 커뮤니티도 자생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데이라 주는 디지털 노마드와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형성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의 정주 형태도 변화해 초창기 사무 공간 마련에 무게를 두던 ‘공유 사무실(coworking)’의 개념에서 업무와 생활이 결합한 ‘공유 주거(coliving)’로 확장되고 있다.
미카엘라 비에이라 스타트업 마데이라 코디네이터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상경기를 회복하기 위한 당초 목적을 이어 받아 디지털 노마드의 체류가 민간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마데이라=정윤호기자

본 기사는 강원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 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