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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 혁신과 공정, 그리고 강원특별자치도민

권혁열 강원특별자치도의장

혁신은 묵은 것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다. 기업의 혁신이 이익적 생태계 구축이 주목적이라면 공공의 혁신은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가장 큰 목적이다. 더불어 성공적인 지방행정 혁신은 객관적인 검증과 현실적인 사례, 지방 특성에 맞춘 전략이 수반돼야 지방자치에 부응하는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 공공부문 혁신은 도민들의 혈세로 이루어지는 만큼 더욱 정직하고, 정교하며,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회의 중요한 역할은 과거의 잘못된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점검하고 견제하는 기능이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보면 지난 최문순 도정 12년의 혁신은 모호하고 실망스럽기만 한데 ‘반면교사’로 삼아 공유하고자 한다.

최문순 도정의 ‘일단 시켜’, ‘우리도(나야나)’, 전기차 ‘디피코’, 드론 ‘시제기’ 등은 도민들의 공동번영이 아니라 특정 기업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물론 더 많은 사례가 있지만, 대표적인 이 네 가지 사업은 도정책임자로서 혁신에 대한 이해 부족의 ‘잘못된 판단’으로 시작해 ‘더 잘못된 결과’로 막을 내렸다고 단언할 수 있다.

2020년 ‘일단시켜’ 출시 이후 올 7월까지 총 27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누적 가입자 수는 총 12만3,000여명, 도내 전체 인구 153만여명의 8%에 불과하다. 또 퇴임을 불과 2개월여 앞둔 2022년 4월 국·도비 34억9,000만원, 민간투자 16억6,000만원 등 개발에만 51억5,000만원이 투입된 ‘우리도(나야나)’는 올 7월 말까지 누적 가입자 수가 13만명에 불과할 뿐이다. 2020년 5월 횡성으로 본사를 이전한 전기차 업체 디피코는 도의 전폭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횡성 전기차 클러스터’를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으로 선정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임금체불 등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한 채 올 8월31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냄으로써 불과 3년여 만에 부실기업이 됐다.

올 6월5일 강원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 특정 감사결과에 따르면 액화 수소 드론 택시 시제기 개발지원 사업은 주관사업자인 디스이즈엔지니어링(주)을 사업대상자로 사전 내정 후 채권 확보 없이 지원한 사업비만 13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특별자치도의 투자유치와 대형투자사업은 어떠한가. 사업의 가장 기본인 ‘왜 하는가’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뒤로한 채 도민들 위에 특정 기업, 특정 집단들이 존재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강원자치도의 공공 직간접 분담액 7,380억원을 쏟아부은 레고랜드 사업은 최문순 도정이 재임 기간 내내 매달렸지만 결국 기대효과는 애초 예상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지정 사업자는 전세사기범이 만든 허울뿐인 투자자였고, 알펜시아 역시 희대 기업사냥꾼의 농간에 놀아났음이 드러났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사업일수록 ‘실망’과 ‘허탈감’을 안겨주고 ‘먹튀’로 결론을 내렸다.

지금 이 자리에서 최문순 도정 12년의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우리의 사법체계의 몫이며 전문가들이 판단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도민은 다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인식할 것이다.

최문순 도정 12년은 ‘혁신’으로 위장한 ‘먹튀’의 시간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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