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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지·구·소·책]재활용품 먹는 로봇 빈 페트병·캔 넣으면 현금으로 돌려줘요

일상에서 실천하는 ‘친환경 습관’

‘지구를 생각하는 일’이라는 것이 왠지 거창하게 여겨지거나 무언가 어렵게도 생각된다면, 여기 도전해 봄직한 일들이 있다.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컵을 쓰고, 페트병을 제대로 분리해서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이다. 심지어 어떤 친환경 습관은 ‘돈’이 되기도 한다.

◇폐페트병 하나를 넣었더니 10포인트가 적립됐다. 2,000포인트가 적립되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한 속초시민이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에 폐페트병을 넣고 있다.
◇지난 2일 기자가 직접 춘천시청 근처의 E컵 제휴 카페를 방문해 E컵을 사용해봤다. 사진은 QR코드를 스캔하는 모습.
◇춘천시에서 시행하는 다회용컵 ‘E컵’은 환경도 지키고 카페에서 음료를 마신 뒤 남은 음료를 플라스틱 용기에 옮겨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좋았다.

■환경을 생각하는 E컵=“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아! 사장님, 컵은 춘천 E컵으로 주세요.” 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사용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하지만 때때로 텀블러를 가져오는 것을 까먹은 적이 다반사. 텀블러 관리에도 소홀해지던 그때, 때마침 춘천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E컵’이 떠올랐다. 카페의 일회용 컵을 다회용컵으로 전환하고자 마련된 E컵은 개인용 텀블러의 번거로움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굳이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덕에 최근 기자는 E컵 사용이 가능한 카페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E컵 앱을 다운로드받아 회원가입만 하면 손쉽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과 춘천시에서 보증금 2,000원을 지원하는 덕에 E컵 사용에 대한 돈을 따로 지불하지 않아도 돼 좋았다. 사용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카페에 들어선 후, 먹고 싶은 음료와 함께 직원에게 “춘천 E컵으로 주문할게요”라고 말만 하면 된다. 이후 직원이 매장 기기 옆에 마련된 전자기기에 E컵 바코드 스캔을 부탁하면, 핸드폰에 설치된 E컵 앱에 들어가서 화면에 나온 바코드를 기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끝이다.

게다가 E컵은 춘천시청이나 E컵 제휴 카페라면 어디서든 반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반납할 때도 컵 아래 위치한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자동 반납 처리와 함께 보증금도 반환된다. 또, 회수된 컵은 세척 전문가가 설계한 6단계 살균 세척 시스템에 따라 관리되는 것은 물론 각 컵에 설치된 사물 인터넷 기술로 사용 횟수를 추적해 컵 상태를 점검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거창하게만 느껴졌던 환경 지키기를 이제는 E컵을 통해 조금 더 ‘Easy하게’(쉽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알뜰교통카드=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알뜰교통카드’ 혜택도 눈 여겨볼 만하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지급해주는 카드다. 마일리지 적립과 카드사 추가 혜택 등을 포함해 최대 30%까지 대중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다.

마일리지 적립은 출발지부터 대중교통 승차지점까지의 이동거리, 하차지점에서 도착지까지의 이동거리를 합산해 진행된다. 대중교통 1회 이용 시 이동거리는 최대 800m까지 인정되며 적립액은 이동거리에 비례해 적용된다. 도내 일반 시민버스(요금 2,000원 미만)를 이용한다면 기본 마일리지를 최대 250원 적립받을 수 있다. 매달 60회까지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뜰교통카드 사용으로 교통비 1만5,000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기자도 직접 농협카드의 알뜰교통카드를 이용해봤다. 마일리지 적립을 받으려면 알뜰교통카드 애플리케이션을 받아야 했다. 정류장으로 이동하기 전 애플리케이션 메인화면에 떠 있는 ‘출발하기’ 버튼을 누르고, 목적지에 도착한 뒤 다시 버튼을 누르면 이동거리를 자동으로 인식해 편리했다. 자택에서 근처 정류장까지 438m를 도보로 이동했다. 버스를 탄 뒤 목적지인 도서관까지 410m를 더 걸었다. 이동거리는 총 850m 정도로 마일리지 적립기준을 충족했다.

다만 마일리지 적립까지는 4~14일이 소요되는 만큼, 실시간으로 적립액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동 시 출발, 도착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점도 번거롭게 느껴졌으나 미리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해두는 즐겨찾기 기능을 이용하면 불편함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알뜰교통카드 이용 가능 지역은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도내에서는 12월 현재 춘천, 강릉, 원주, 홍천, 양양 5개 지역에서 알뜰교통카드 마일리지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순환자원 회수로봇=‘로봇에게 폐페트병을 주면 10원으로 돌려준다?’ 말로만 들었던 순환자원 회수로봇을 만나러 속초시청으로 향했다. 시청 종합민원실 앞 ‘투명페트병 무인회수기’라고 쓰인 글씨 아래 2m가 좀 안 돼 보이는 키의 로봇 ‘네프론’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사전 준비는 있었다. 앱 스토어에서 어플 ‘수퍼빈’을 깔고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를 거쳤다. 투명한 페트병에 라벨지도 뗐다. 수퍼빈 어플에서 이용가능한 기기라는 것도 미리 확인했다. 비장한 마음으로 로봇 앞에 섰건만 절차는 너무나 간단하고 빠르게 끝났다. 시작 버튼을 누르고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니 로봇이 입을 벌렸다. 왼쪽 로봇 입에 페트병 하나를 넣으니 오른쪽 화면에서 ‘오늘 총 30개를 받을 수 있는데 1개가 투입됐음’을 알려줬다. 그렇게 차근차근 네 개를 넣고 적립 버튼을 누르니 40포인트가 쌓였다. 2,000포인트 이상 쌓이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기기별로 1일 투입 개수가 제한돼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 페트병 1만개를 10만원으로 바꿔 좋은 곳에 기부했다는 수필가의 이야기를 떠올리니 욕심도 났다. 이렇게 모인 폐페트병은 재활용 처리 공장으로 운송돼 의류용 장섬유로 재생된다.

수퍼빈이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인 네프론은 몸속 노폐물을 걸러내고 필요 영양소와 혈액을 정화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신장(콩팥) 내 가장 작은 단위다. 도시 내 순환자원을 수집해 세상을 깨끗하게 하겠다는 포부가 읽히는 대목이다. 12월 현재 도내에서는 춘천, 원주, 태백, 속초, 삼척, 홍천, 철원, 화천, 양구, 양양 등 89곳에 설치돼 있다. 지역별로 페트병, 캔 등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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