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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의대 정원 증원, 지방의대 역량 강화와 병행돼야

“지역인재전형 확대·장학금 등 인센티브
지역의 실상 정확히 파악, 정책에 반영을”
현실과 동떨어진 의료수가 전면 개편도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전국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했다. 의사 부족으로 필수·지방 의료가 붕괴 위기에 처한 지 오래다. 소아청소년과 응급실의 줄폐업에 대도시조차 어린이를 치료할 병원이 부족하고 응급환자가 받아주는 병원을 못 찾아 뺑뺑이를 돌다 숨지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지방 공공의료원은 3억~4억원의 고액 연봉에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쩔쩔맨다. 정부의 의대 정원의 파격적 확대는 국민건강권을 회복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의대 정원 증원은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의료계는 20여년째 의사가 모자라지 않다고 하지만 통계와 연구 결과, 최근 의료 대란, 치솟는 의사 몸값 등 이 모든 것이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즉,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2 수준이고, 한의사를 제외하면 절반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의대생 수가 OECD 국가 평균의 5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금 의대 정원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 OECD 국가와 격차는 심하게 벌어질 것이다. 현재 격차를 유지하려면 오히려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해야 한다. 국민의 눈에는 정원 확대 때 수입이 줄고 경쟁은 치열해질 것을 우려해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정부도 의대 정원 확충에 그치지 말고 지방 의료 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후속 대책을 빠르게 세워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는 의대 증원분을 지방 의대의 지역인재전형에 할당하고 장학금, 교수 채용 등의 인센티브로 졸업 후 지역에 근무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지역의 의대 교수들이 이탈하고 있어 현재의 교육 수준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의대 정원 확대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

따라서 지역 의대의 교육과 수련 역량 강화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의사 수를 늘려도 의료수가가 비현실적으로 책정돼 필수 의료분야를 꺼리는 분위기나 지역 간 의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는 의료계의 목소리도 일리가 있다.

시급한 과제는 이 정책으로 증원된 의사들이 필요한 진료과와 지역으로 잘 배분되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하며 정원 확대와 함께 필수과의 의료수가 인상과 보상체계 개선, 의료분쟁 법적 부담 경감 등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조치 없이 의대 정원만 늘리는 것은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의사 블랙홀’ 속 의사는 많아지겠지만 정부가 ‘필요한 의사’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다. 단순히 의사 정원만 늘린다고 필수 의료 의사 수 충원이나 지방 의료 공백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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